기관들 "'삼성바이오' 처리에 재벌개혁·적폐청산 논리 개입"… 금융당국이 공포 키웠다

입력 2018-05-06 18:10
기관들 매도행렬 이어져
"시장 논리 작동 안된다"
'삼바' 전량 처분한 운용사도

IFRS 원칙 해석상
논란의 여지 많은데도
'대우조선 제재' 웃도는
초강경 조치 밀어붙여


[ 하수정/김익환 기자 ]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지난 4일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이 운용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시장 논리보다 재벌 개혁,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 논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어 거래정지 가능성이 높다”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초강경 제재를 요구하는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삼성 때리기’에 발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고 수위 징계 예고

금감원이 올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안에는 대표이사 해임,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등 제재 방침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 따르면 회계 부정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건당 최대 2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과징금이 60억원으로 잠정 책정된 것은 회계 기준 위반 건수가 최소 3건 이상이라는 의미다.

금감원 징계안대로 확정되면 2013년 8월 경남제일저축은행에 66억9200만원이 부과된 이후 기업에 물린 과징금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단일 기업으로 사상 최대 분식회계를 한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 2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부과받은 과징금 45억4500만원을 웃돈다.

당초 회계업계 일각에선 특별감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주가 거품론과 부실회계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바이오 업종 대표주인 데다 오는 11월 회계개혁안(외부감사인법 전부 개정안 등)이 시행되는 등 분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이번 징계안은 예상을 넘는 ‘초강경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는 국제회계기준(IFRS)상 해석과 판단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을 능가하는 중징계를 내릴 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민단체에서 연일 삼성과 관련한 공격이 이어지는 게 금감원의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삼바’ 시총 사흘새 8.6兆 증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위반 혐의를 이례적으로 사전 공개한 데 이어 최고 수위 중징계를 예고하는 등 금감원의 ‘강공’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기관 매도세가 거세지고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기관투자가들은 사태가 불거진 지난 2일 이후 4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61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사흘 동안 이어진 기관의 매도 행렬에 이 회사 주가는 26.33% 떨어지고 8조6167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한때 3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11위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회계 처리의 해석 차이인 만큼 본질적 기업 가치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급락의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개인투자자 일부는 법무법인 한누리 등을 중심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누리는 삼성과 금감원 가운데 누구를 대상으로 소송할지 등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치 통보를 공개해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지분 1% 미만 보유 주주)는 8만175명으로 집계됐다.

하수정/김익환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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