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황금의 땅' 캘리포니아

입력 2018-05-06 17:39
고두현 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별명은 ‘골든 스테이트(The Golden State·황금의 주)’다. 1849년 시작된 골드 러시(gold rush) 때 붙은 이름이다. 당시 황금을 찾으려는 ‘서부 개척자’들이 25만여 명이나 몰렸다. 1850년 7월 한 달 동안 샌프란시스코 해변에 나타난 배만 500척이 넘었다고 한다.

사람이 몰리자 도시가 커지고 돈이 돌았다. 금광을 찾아 떼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지만, 금 캐러 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팔아 부를 쌓은 상인도 많았다. 질긴 천막 소재로 만든 청바지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는 1850년 시 승격 이후 1869년 대륙횡단 철도 개통과 1892년 석유 발견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다.

캘리포니아의 토양과 기후 조건도 ‘골드’급이다. 이곳은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미국 제1의 농업주로서 포도와 와인, 아몬드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 나파밸리 와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쌀 생산량은 아칸소주 다음으로 많다. 목축과 어업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첨단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산업으로도 유명하다. 실리콘밸리의 초대형 IT기업은 물론이고 화학·바이오·전자제품, 정유 분야의 일류 기업들이 몰려 있다. 텍사스에 버금가는 제2의 유전지대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는 대규모 셰일가스까지 뽑아내고 있다.

샌디에이고 인근에는 세계 최대 군산복합시설이 있다. 미 태평양 함대 본부뿐만 아니라 전투기와 군함 생산공장도 이곳에 있다. 해군 기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덕분에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약 4000만 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다.

경제 성장세도 가파르다. 어제 미국 상무부는 캘리포니아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조7470억달러(약 3000조원)로 영국(2조6250억달러)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15년 인도와 프랑스를 앞지른 데 이어 2년 만에 영국까지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한국(1조5380억달러)의 배에 가깝다.

캘리포니아 지명은 스페인 소설에 나오는 ‘지상낙원의 섬’에서 유래했다. 남한 면적의 네 배가 넘는 이 ‘황금의 주’가 가장 부유한 땅이 된 것은 천연 자원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미국적인 사고의 원형인 개척정신과 외부 유입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개방성, 첨단 산업단지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성장 DNA’가 합쳐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