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급 인력 잇따라 짐싸…27명에서 10명으로 줄어
4대 그룹 탈퇴로 예산 75% 날아가고 건물 20개층이 '텅텅'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도 '적폐낙인'에 무력감 여전
[ 고재연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사급 인력들이 잇달아 짐을 싸고 있다. 임금 삭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도 ‘적폐’로 몰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무력감을 느끼는 직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4일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 박사급 직원은 2016년 27명에서 지금은 10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만 3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직장을 떠났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로펌에서 기존 월급의 2~3배씩 주며 연구원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의 대관(對官) 기능이 크게 약화되면서 로펌으로 관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연구원에게 한 명씩 배정하던 리서치 어시스턴트도 사라졌다.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예산의 75%가 날아가고, 직원도 60% 줄어든 탓이다. 임원 임금은 40%, 직원 임금은 30% 삭감됐다. 학자금 지원 등 임직원이 누리던 복지 혜택도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건물(사진)은 공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 CNS가 마곡으로 이전하면서 14개 층이 한꺼번에 비었다. 이달 말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회사들까지 떠나면 50층 건물에서 20개 층이 빈다. 여의도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입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도 심하다. 각종 할인 혜택을 내걸어도 입주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전경련이 지난해 3월 혁신안을 발표한 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큰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재무제표를 공개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추진했지만 한국기업연합회로의 명칭 변경은 잠정 유보된 상황이다. 사단법인이 이름을 바꾸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내 기류는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경련은 ‘싱크탱크(두뇌집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일경제위원회 2.0’을 출범하고, 오는 8일에는 한반도 신경제비전 세미나도 주최하기로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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