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골프는 '남'이 아닌 '나'와의 싸움… 생각을 바꿨더니 우승이 따라왔죠"

입력 2018-05-03 18:25
수정 2018-05-04 10:20
KLPGA 투어서 '제2 전성기' 연 장하나

벌써 우승 두번·준우승 한번

선수들 실력 종이 한 장 차이… 단 한번의 실수로 승부 갈려
연습 라운드 때 코스에 나와… 치지 말아야 할 곳부터 찾아
'야디지 북'에 꼼꼼하게 표시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3년 만에 다시 정상 오를 것"


[ 조희찬 기자 ] “종이 한 장 차이 실력, 내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가장 큰 경쟁자인 ‘나’부터 공략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겼습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먼저 다승자로 이름을 올린 장하나(26·비씨카드)에게 비결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3일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그는 “‘어떻게 하면 저 선수보다 더 잘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며 “한국으로 돌아온 뒤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고 경쟁하는 선수의 스코어가 좋으면 나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프로골퍼는 매 대회 100명이 넘는 경쟁자와 ‘구름 갤러리’를 뚫고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해야 한다. 어떤 이는 ‘정신력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알면서도 대부분 선수가 주위를 의식하다 보니 스스로 무너질 때가 많다. 장하나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자신의 경기력보다 경쟁자들을 의식하기 바빴고 ‘다 이긴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장하나는 “KLPGA투어의 선수층은 세계 어느 투어와 비교해도 두텁다”며 “선수들의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고 매주 다른 우승자가 나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그 성적이 우승에 걸맞은 점수일 때 우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실수부터 줄여나갔다고 했다. 대부분 실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실수는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KLPGA투어 대회 연습라운드가 열리면 코스에 오래 머문다. 6시간 가까이 코스를 살피고 연습한다. 많은 선수가 연습 라운드에서 공략 지점을 찾지만, 장하나는 ‘치지 말아야 할 곳’부터 찾는다고 한다. 세계 최고 골퍼 중 하나인 조던 스피스(미국)도 연습라운드에서 장하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부터 열리는 KLPGA투어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 나서는 장하나는 이날 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습라운드에서 오랜 시간 코스에 머물렀다. 그는 “‘미스 샷’이 나와도 절대 공이 떨어지면 안 되는 곳이 있다”며 “턱이 낮은 벙커는 들어가도 되지만 높은 벙커는 타수를 잃기 십상이다. 실수해도 꼭 피해야 할 장소를 ‘야디지 북(yardage book)’에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장하나는 생각의 전환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참가한 5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에 준우승 한 번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상금은 4억원 가까이 모았다. 전매특허인 ‘송곳 아이언 샷’이 건재하고 드라이브 비거리는 20야드 가까이 늘었다.

장하나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늘었다”며 “요샌 잘 맞으면 280야드도 날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변화를 준 것도 아니고 2013년 전성기 때 쓰던 회사(테일러메이드) 클럽을 다시 쓰고 있는데 확실히 예전의 자신감이 느껴진다”며 “드라이브 비거리도 ‘멘탈’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장하나의 올해 목표는 국내 모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근력운동으로 다져진 몸이 있어 체력 걱정은 없다. 관건은 계속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장하나는 “올해 30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두고 싶다”며 “3년 전 우승했던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등 우승 경험이 있는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백스윙 때 손목 꺾지 않고 손등이 정면 향하게"
'아이언샷 달인'장하나의 꿀팁

손등이 공을 향하는 느낌으로… 손목을 덜 써야 공이 똑바로 가

장하나가 부진해도 꾸준히 투어를 유지하는 비결이 ‘송곳 아이언 샷’이다. 그는 2013년 이후 한국과 미국 무대에서 그린 적중률만큼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올해도 84.8148%(1위)의 그린 적중률을 앞세워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올 시즌 여섯 번째로 참가하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2연승이자 시즌 3승에 도전하는 장하나는 “올해 아이언 샷이 더 정확해졌다”고 했다. 올해 장하나는 ‘아이언 샷’에 일관성을 장착해 ‘컴퓨터 스윙’을 완성했다.

장하나는 이전까지 아이언 샷을 하며 손목을 자주 쓰는 편이었다. ‘백스윙’ 때 왼손 손등을 의도적으로 위로 향하게 했고 내려오면서 다시 덮는 동작을 취했다. 아마추어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비거리와 ‘스핀량’이 늘어나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장하나의 새로운 스윙은 백스윙 동작에서 손등이 열리지 않고 정면을 향한다. 장하나는 “손등이 공을 향하는 느낌이다. 손목을 쓰지 않고 그대로 백스윙을 가져간다”고 표현했다. 이는 손목 사용을 최소화해 ‘클럽 페이스’가 열렸다가 닫히면서 생기는 오차 범위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관성이 생기면서 적중률이 높아진다.

김동현 티칭프로는 “아이언 샷을 할 때 손목을 사용하면 꺾였던 손목이 풀리면서 임팩트 때 공을 더 쉽게 ‘낚아채는’ 역할을 한다”며 “손목을 극단적으로 쓰는 선수로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있다. 따라서 어느 방법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프로는 이어 “장하나의 새로운 스윙 방법은 손목을 쓰는 구분 동작을 없애줌으로써 정확도를 높여주는 ‘똑똑한 스윙’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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