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했던 과거의 입장을 번복, 고의적 분식회계였다며 중징계를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력이 없는 관계사로 간주해, 지분가치 평가기준을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꾸면서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 회계기준을 어긴 분식회계라고 1일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할 동기가 없었던 데다 당시 3대 회계법인도 문제없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도 문제없이 통과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금감원이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결론을 180도 뒤집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앞서 감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부분이 드러나 지난해 4월 특별감리를 했고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밝힌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적폐청산 바람을 탄 ‘지난 정부 결정 뒤집기’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참여연대 요청으로 지난해부터 특별감리를 진행 중이던 금감원은 그 사이 정권이 바뀌자 같은 사건에 대해 정반대로 결론을 바꾼 것이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보름간 재직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을 각별히 챙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규제 천국’인 한국에서 기업들은 감독당국의 해석을 금과옥조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런 감독당국이 정권의 코드에 맞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고 사업을 하란 말인가. 금감원의 말대로 특별감리를 통해 새로운 문제점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허술한 현행 회계감리 시스템하에서 털고 또 털면 문제가 나오지 않을 기업이 과연 몇 개나 있겠나.
더 중요한 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정권 바뀌었으니 유죄’라는 식이라면 누가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겠는가. 금감원은 분식회계 징계를 내리기에 앞서 ‘오락가락’ 결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부터 받는 게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