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말고 PVID 거론한 폼페이오 "北 생화학무기도 폐기해야"

입력 2018-05-03 17:36
수정 2018-08-01 00:01
가까워지는 북·미 정상회담

美 국무장관 공식 취임

"북핵 완전히 해결할 때 美 과거 실수 되풀이 안 해"

"北 억류 3명 4일 풀려날 것"
트럼프 측근, 협상 타결 시사


[ 워싱턴=박수진/정인설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공식 취임식에서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 살상무기도 폐기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세 명의 석방 가능성을 언급해 관련 물밑 협상에 큰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CVID에서 더 나아간 PVID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도록 전념하고 있고, 지체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PVID’를 북핵 해결 원칙으로 다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의 즉각적인 시행’을 처음 언급했다.

PVID는 기존의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 이름의 첫 알파벳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라는 해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PVID를 통해 핵무기 외에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 살상무기로 폐기 대상을 확대했다. 방식도 ‘완전한 폐기’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폐기’로 구체화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비롯해 미국의 대북 협상을 이끌어 온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 방법으로 CVID를 거론해왔다. CVID의 ‘D’는 비핵화(denuclearization) 의미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번에 폐기로 확실히 굳힌 것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PVID에 대해 “기본적으로 CVID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PVID라는 표현이 CVID라는 표현을 대체하는지에 대해선 명확지 않다”며 “PVID가 한·미 간에 사전 협의가 이뤄진 표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인질 석방 ‘채널 고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난 미국 행정부들이 북한에 오랫동안 요청했으나 소용없었던 미국인 인질 석방을 주목해 달라(Stay tuned)”고 올렸다. ‘Stay tuned’는 ‘채널 고정’이란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 사안 관련 발표가 임박했을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현재 북한엔 국가전복 음모 등의 죄목으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가 억류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들의 석방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이들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팀에 합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을 충분히 이해시켜 억류된 미국인 세 명이 오늘(미국 현지시간 3일) 풀려나도록 할 것”이라며 석방 시점을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억류 미국인 세 명이 최근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의 한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왔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지난 2일 “북한 관계기관이 4월 초 억류 미국인들을 평양 외곽 호텔로 옮겼다고 평양의 한 시민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억류된 미국인들이 치료와 교육을 받으면서 관광도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 움직임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바라는 북한의 성의 표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