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서 천연항균물질 대량 생산한다

입력 2018-05-03 16:03
수정 2018-05-03 16:06
국내 연구진이 유산균에서 항생제 내성 등 부작용이 없는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왼쪽)와 같은 과 조종수 교수(오른쪽) 연구진은 3일 몸에 이로운 유산균에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 먹이가 돼 효능을 높여주는 물질)로 만든 고분자나노물질을 결합해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을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항생제 남용으로 인체와 가축에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이를 대체할 천연물질 발굴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축산 분야에서 가축 성장 촉진용 사료에 항생제를 넣는 것에 제동이 걸리면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향균 능력뿐 아니라 염증과 비만, 아토피 등 각종 질병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 가운데 프로바이오틱스(몸에 이로운 균)와 그 분비물인 박테리오신, 유기산 등 천연 항균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유산균이 내는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법을 이번에 찾았다. 유산균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고분자 나노입자를 유산균이 먹게 해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더 많이 작동하게 하는 원리다. 프리바이오틱스 고분자 물질이 유산균 안에 들어가 스트레스를 주면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박테리오신이 분비된다.

이렇게 유산균 몸 바깥으로 분비된 박테리오신은 외부 병원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가로막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 유산균에서 생산된 것보다 4배 많은 박테리오신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만큼 외부 병원균의 활동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도 확인했다. 또 이 고분자나노입자가 몸 안과 유산균에서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도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프리바이오틱스 고분자나노입자가 유산균 내로 들어가 박테리오신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다. 연구진은 신소재 개발회사 인실리코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 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해 놨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박테리오신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박테리오신은 가축의 항생제 대체 물질 뿐 아니라 식품의 천연 보존제, 화장품의 항균성 첨가제로 사용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12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리포트에도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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