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종전선언서 中 제외 시사

입력 2018-05-02 19:25
수정 2018-05-03 05:55
韓·中정상 통화 엿새째 안돼
"평화협정은 中 의지에 달려"

中 '3자 구도' 극도로 경계
왕이 北에 보내 4자회담 설득戰


[ 김채연 기자 ]
4·27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이 남·북·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1단계로 논의되는 ‘종전선언’ 참가국에 중국을 제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정부는 정전협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두 가지 절차를 밟아가려고 한다”며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와 대립관계를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라서 중국이 꼭 주체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한국, 미국과 수교를 해 적대적 관계가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다만 “평화협정은 남북, 미국, 중국까지 포함해 한반도 평화정착의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협정”이라며 “중국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참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당사자로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3자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변국 정상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지 못한 것도 차이나 패싱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미국·일본·러시아 정상과 통화하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지만 시 주석과는 엿새째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의 지방 시찰 일정과 중국의 노동절 연휴 일정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중국이 ‘판문점 선언’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이라는 문구에 대한 불만을 우회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은 자국을 제외한 ‘3자 종전선언’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이 빠질 수 없다는 논리다. 자칫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이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한 것도 차이나 패싱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왕 장관은 이용호 북한 외무상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중국이 포함된 4자 회담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