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못 믿겠다"…대한항공 촛불집회는 4일·노조는 10일 열기로

입력 2018-05-02 11:14

대한항공 직원들(이하 직원연대)과 노조 소속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각각 열기로 했다.

직원연대 소속 직원들은 노조가 그동안 직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촛불집회 역시 별도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2일 대한항공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연대(이하 직원연대)는 오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을 구호로 내걸고 촛불집회를 연다.

직원연대의 촛불집회는 대한항공 직원 등 약 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추진됐다.

직원연대는 조 회장은 물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석태수 한진칼 부회장 등 조 회장 일가와 경영진의 일괄 퇴진과 함께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직원연대의 이 채팅방에서는 회사가 집회 참석자를 색출해 인사 등 불이익을 주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2개 노조가 본사 앞에서 연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촉구대회' 당시 회사 노무팀 직원이 현장을 채증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노조 측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직원연대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검은색 계열 옷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집회에 참여할 것을 권장했다. 또 가능하면 가면을 착용할 것도 권했다. 이는 집회에 대한 회사측의 채증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연대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노동계, 시민단체 등 외부 도움을 일절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3개 노조와도 별도로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새조종사노동조합'(이하 새노조)은 직원연대와 다른 날짜인 오는 10일 오후 8시 본사 앞에서 '대한항공 갑질사태에 대한 규탄'을 위해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일반노조, 조종사노조, 조종사새노조 등 3개의 노조로 구성돼 있다. 새노조는 조종사노조에서 탈퇴한 경력직 출신 조종사들이 중심이 돼 2012년 만든 노조다.

새노조는 이 자리에서 조 회장 일가의 폭언과 폭행 등 사회적으로 비난 받고 있는 '갑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영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칠 방침이다.

새노조 역시 사측의 채증에 대비해 노조원들에게 모자 및 마스크 등의 착용을 권했다.

한편, 전날 경찰에 소환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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