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라이벌' 냉장고만 봐도 전략 보인다

입력 2018-05-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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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냉각기 1개 추가해 3개로
김치 보관실 따로 필요없어
기존 제품에 새 기능 추가 선호

LG 2개… 新시장 만드는 전략


[ 노경목 기자 ] 냉장고는 외관만 봐서는 업체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은 가전제품 중 하나다. 요즘 많이 팔리는 하냉동·상냉장 냉장고는 문을 양쪽으로 여는 구조와 확 트인 내부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제품 사이에는 결정적인 기능상 차이가 하나 있다. 냉장고에 냉기를 공급하는 냉각기가 삼성전자에는 3개, LG전자에는 2개 들어간다. 보통 냉각기는 냉장실과 냉동실에 하나씩 2개가 들어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냉각기를 하나 추가했다. 그만큼 생산원가도 높다.

냉각기가 추가되면서 삼성전자 냉장고는 3개의 공간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냉장실과 냉동실 외에 ‘참맛냉동실’(사진)을 추가해 냉동실보다 온도가 높으면서도 냉장실에 비해서는 낮게 설정할 수 있다. 별도로 김치냉장고를 장만하지 않아도 해당 공간을 김치 보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냉각기가 3개 추가된 냉장고 모델을 확대해 최근에는 출고가 300만원 이상의 모델에는 대부분 적용했다.

LG전자가 냉각기 숫자를 확대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조사를 했더니 공간상 문제로 김치냉장고를 따로 장만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기존 냉장고 안에 김치 보관실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냉각기가 추가되는 만큼 냉장고 내부 공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처럼 두 회사는 다른 방향으로 가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LG전자는 트윈워시와 스타일러 등 기존에 없던 제품을 새로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데 적극적이다. 냉각기가 추가된 냉장고를 비롯해 에어컨의 무풍 냉방 기능, 세탁통이 15도 기울어진 드럼세탁기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의 기능을 섬세하게 개선하는 스타일이라면 LG전자는 기존 제품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의 욕구에 착안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방식의 혁신이 한국 가전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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