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억에 부채 514억…모회사 경남기업 보증 채무가 대부분
영업이익 전체를 써도 이자 62%밖에 갚지 못해
1970~80년대 신혼부부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
SM그룹 "부실자산 정리 차원"
[ 황정환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24일 오전 11시7분
1970~1980년대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았던 국내 1호 관광호텔 온양관광호텔(사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다.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삼라마이다스(SM)그룹에 인수된 경남기업의 100% 자회사다.
30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온양관광호텔은 지난 16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 9일 만인 지난 25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사는 오는 7월2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온양관광호텔은 1932년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시 온양에 세워진 대한민국 1호 관광호텔 신정관이 전신이다. 신정관이 설립된 자리는 조선왕조의 왕실 온천인 온양행궁이 있던 곳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당시 교통부는 전쟁통에 불탄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 호텔이 1967년 민영화되면서 온양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해외여행이 흔치 않았던 1970~1980년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고 개별 욕실을 갖춘 아파트 보급이 늘어나면서 온양을 찾는 관광객은 점차 줄었다. 결국 199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법원 경매에서 대아건설(현 경남기업)이 낙찰받아 새 주인이 됐다.
대아건설은 2015년 정치인 로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이끌던 회사다. 정치에 꿈을 품었던 성 회장은 이곳을 지역 유력 인사들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했다. 성 회장이 사망한 후 온양관광호텔 모회사 경남기업의 사세는 기울었고 작년 6월 SM그룹에 인수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5억5000만원에 불과한 온양관광호텔은 총 부채가 514억원에 달한다. 호텔 자체 채무가 아니라 경남기업에 대한 보증 채무가 대부분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0.618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전체를 쏟아부어도 이자의 61.8%밖에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온양관광호텔 법정관리는 SM그룹이 건설 계열사인 우방산업과 경남기업을 합병시키기 위한 사전 정리 작업이란 분석이다. 부실 자산을 정리해 경남기업을 정상화한 뒤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 경기 침체, 에어비앤비 등 숙박 대체 수단 등장으로 지방 호텔의 매력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온양관광호텔의 매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회생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회생 신청 역시 잠재적 인수 후보자를 회생계획안에 포함한 뒤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무산돼 일반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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