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유대인 출신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22세 때인 1906년 프랑스 파리 화단에 입성했다. 파리에서 루마니아 조각가 콩스탕탱 브란쿠시를 만난 그는 한동안 아프리카 원시 조각에 깊이 매료됐다. 1917년 파리 베르트 베이유 화랑에서 열린 자신의 첫 개인전에서 브란쿠시 미학에 기반을 둔 여성 누드화 ‘나부(裸婦)’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시로서는 다소 외설적인 작품이었던 탓에 전시되자마자 큰 논란이 일었다.
모딜리아니의 첫 개인전과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이 그림은 누드화 22점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벌거벗은 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성의 뒷모습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여성이 고개를 돌려 관람객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침대에 길게 누워 있는 자태, 사슴처럼 긴 목, 우수에 찬 길쭉한 얼굴, 긴 코와 꾹 다문 입술 등의 묘사에서 아프리카 원시 조각을 떠올리게 한다. 술과 마약에 중독돼 방탕한 삶을 산 그는 이 그림을 그린 지 3년 만에 요절했다. 이 작품은 오는 14일 뉴욕 소더비의 ‘인상주의 및 아트이브닝’ 경매에 추정가 1억5000만달러(약 1621억원)에 나와 새 주인을 찾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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