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하는 등 비핵화를 향한 합의가 급진전됐다. 일촉즉발의 핵 위협 속에 험악한 말들이 오가던 남북관계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해빙무드로 전환되게 된 비결은 한없이 밝은 두 정상의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첫 만남부터 만찬장의 화기애애했던 순간들까지 역사적인 그 현장들을 사진으로 되돌아 보자.
◆ 잠시 북한 땅 밟은 문재인 대통령 '돌발 상황'
27일 오전 9시 29분 문 대통령이 손으로 남쪽을 가리키며 안내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 을 넘어왔다. 악수를 한 두 정상은 판문각 쪽을 보고 첫 기념사진 촬영 후 뒤돌아 남쪽 자유의집 방향에서 다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안내하려 하는 순간 두 정상이 몇 마디 나누더니 김정은이 갑자기 손을 먼저 내밀어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 상황은 리허설에 없었던 '돌발 상황'으로 문 대통령은 뜻하지 않게 약 10초간 북으로 월경했다.
◆ '새로운 력사' 쓴 김정은 "잘 연출됐습니까" 농담까지
문 대통령의 안내로 방명록대로 이동한 김정은은 착석 후 김여정에게 펜을 건네받았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요청한 사인펜 대신 몽블랑 만년필을 이용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방명록에는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두 정상은 평화의 집 1층 로비에 걸린 북한산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 청했고 약 10초간 손을 맞잡은 채로 사진을 찍었다. 이때 북측 취재진이 생방송 중인 중계 카메라 앞을 가려 수초간 두 정상의 모습은 사라지고 취재진의 뒷모습이 중계되는 아찔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촬영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이게 북한산입니다. 서울의 북쪽에 있고 산 이름이 북한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돌아선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향해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기자단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될 정도로 '냉혈한'으로 알려졌던 북한 지도자가 TV 생중계에서 이렇게 농담을 하고 잘 웃는 사람이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남북 정상의 독대' 도보다리에서 특별한 산책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이 실무자나 기자없이 독대한 도보다리 산책은 예상보다 길어져 30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은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돌아와 배석 없이 계속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0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두 분 정상께서 일정 때문에 다시 평화의 집으로 오셔서 공동 서명을 바로 안 하시고 다시 접견장에 들어가셔서 배석 없이 계속해서 얘기를 좀 더 나누셨다"고 말했다.
◆ 웃음 또 웃음…화기애애 그 자체였던 만찬장
남북 정상회담과 실무자 회의 끝에 진행된 만찬 또한 당초 예상했던 두 시간보다 40분 정도 길어졌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환담을 나누는 김정숙 여사와 김여정 부부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와인잔에 술을 따르는 모습이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에게 술을 권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리설주가 유심히 바라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만찬장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김정은이 직접 공수해 온 평양냉면이다.
김정은은 문재인과 첫 접견 이후 마주대하고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멀리 온 평양냉면을···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개했다.
◆ 노래로 하나된 남과 북 '원 드림 원 코리아'
남북정상회담 환송 행사 중 평화의 집에서 만찬을 마치고 앞마당으로 나오는 길, 김정숙 여사가 리설주 여사의 손을 잡았다.
판문각 평화의집 벽에 분홍색 레이저빛이 쏟아지고 벚꽃이 휘날리는 영상과 함께 '하나의 봄'이라는 글씨가 나오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20분 정도 진행된 환송행사에서는 국악과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며 '아리랑', '고향의 봄' 등 우리에 정서를 담은 노래가 연주됐다.
공연이 끝나자 하루 정상회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평화의집 벽을 수놓았다.
사진을 보는 동안,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손을 잡았고 두 정상은 사진을 보는 내내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 또한 참여해 부른 '원 드림 원 코리아'가 환송회장을 가득채웠고 문 대통령 부부는 김정은 일행이 돌아가는 차 앞까지 배웅을 나갔다. 김정은 또한 차량 창문을 내린채 손을 흔들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의 제안이 이행된다면 남북 정상은 오는 가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