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모비스 모듈 핵심 기지 베이징 3공장 …中 시장 회복 속도

입력 2018-04-30 08:46
베이징 3공장 가보니
생산 효율성 극대화
컨베이어 벨트로 베이징현대차 공장과 연결
재고·불량 제로 도전

사드 보복 여파 차츰 벗어나
직원들 주말특근·잔업수당 부활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시 순이구 현대모비스의 3공장. 수십m 길이의 천장에 달린 장비(트롤리)가 자동차 부품을 생산 라인으로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공장 직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공구를 들고 조립 작업을 했다. 그러자 손끝에서 수십 수백 개의 부품을 한 덩어리로 묶은 ‘모듈’이 제 모습을 갖춰갔다.

이곳은 중국 현지 전략형 모델인 ‘올 뉴 위에둥’과 중형 세단 ‘밍투’ 등의 모듈을 실시간으로 생산한다.

◆ 모듈사업 성장 이끄는 베이징 3공장

“현대모비스 베이징 3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 뿐만 아니라 무인운반차(AGV) 등을 운반하는 데 적극 활용합니다.” (박창수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 생산관리실장)

“위~잉~ 드르륵.”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부품을 정해진 위치마다 부착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조립을 기다리는 부품들이 장비에 매달려 미끄러지듯 옮겨져 가만히 서있는 직원들 앞에 멈춰 섰다.

이 공장은 에어백과 오디오 에어컨 등을 장착한 칵핏(운전석)모듈, 엔진 변속기를 포함한 프런트·리어 섀시(차대) 모듈, 앞뒤 범퍼 모듈 등을 생산한다. 약 2만7438㎡ (8300여평) 규모의 공장 건물에서 시간당 97대, 연간 45만 대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장 지하에 자리한 컨베이어 벨트와 공중에 매달린 트롤리, 무인운반차까지 실시간으로 물건을 실어 날랐다. 현지 관계자는 “동선 최소화 등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내려받은 서열순서대로 무인 로봇이 각종 부품을 작업대로 옮겨 놓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베이징 3공장에는 다른 공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설비가 있었다. 바로 77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다.

이 벨트는 다 완성된 모듈을 짊어지고 바로 옆 베이징현대자동차 3공장 의장공정(시트, 전장부위 등을 차체에 부착하는 작업)으로 향한다.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이내다.

의장공정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공급되는 모듈을 끼우고 나면 손쉽게 차 한 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박 실장은 “부품을 내리고 싣는 과정 자체를 없앴다”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납품 리스크(위험)는 최대한 줄였다”고 강조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직서열 방식(JIS)’도 눈길을 끈다. 이 방식은 베이징현대차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생산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고를 쌓아두는 일이 없다. 또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쳐 모듈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이뿐 아니라 색상과 옵션(선택 사양)별로 혼류 생산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베이징 3공장 책임자인 신갑석 부장은 “직서열 방식 덕분에 재고 관리가 수월하다”며 “품질 보증 체계와 모듈화는 조립이 잘못돼 생산 라인이 멈추는 일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베이징 3공장은 크로스 체크(교차 확인)하는 ‘이종 방지 시스템’과 토크 체결 값 보증, 작업 이력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공유 등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혁신과 철저한 공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 사드보복 충격 딛고 일어선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조249억원으로 2016년 대비 30.3%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현지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 수준이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베이징 3공장도 유탄을 맞았다. 하루 10시간가량 이던 현장 직원들 근무 시간이 한 때 4시간으로 줄었다. 심한 경우는 생산량 조절을 위해 주야간에 걸친 작업 물량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를 맞으면서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다양한 신차 출시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직원들은 다시 주말특근과 잔업수당까지 타가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직원들의 실질적 월급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왔다”며 “돈을 벌기 위해 베이징 주변도시에서 온 경우도 있어 다들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공장은 올 뉴 위에둥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생산 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신형 싼타페 투입이 예정돼 있다.

베이징 3공장은 노동 유연성이란 또 다른 경쟁력도 확보했다. 주재원을 제외한 중국인 전 직원 2138명(사내 협력사 제외)의 평균 나이는 27~28세다. 그만큼 자유롭고 활력이 넘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지 관계자는 “이곳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다만 확실히 차이를 체감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베이징=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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