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쏟아진 곳 새 아파트 헐값 전세 속출
집주인 대출금 많으면 보증금 날릴 우려도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에 헐값 전세가 쏟아지고 있다. 새 아파트 소형 면적 전세가격이 옥탑방이나 반지하방과 비슷한 수준인 4000만원까지 떨어진 곳이 등장했을 정도다. 주변 지역에 입주물량이 쏟아진 영향이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먼저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면서 신혼부부 등 서민층이 저렴한 값에 둥지를 마련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용인 새 아파트 전셋값 4000만원
29일 경기 용인 남사면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오는 6월 입주를 시작하는 A아파트 전세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입주가구가 680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인 까닭이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전세가격을 1000만원 단위로 계속 낮추면서 세입자 구하기에 분주하다.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1억원 선까지 내려갔다. 이달 초 9500만원짜리 전세가 나오기도 했다. 분양가가 2억원 안팎이었던 전용 59㎡는 8000만원 선에서 전세 매물로 나온다.
전용 44㎡는 ‘바겐세일’ 수준이다. 불과 4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하는 전세매물도 나왔다. 통상 신축 아파트 입주 시점에 전셋값이 낮게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도권 아파트라곤 믿기 힘든 가격대다. 현지 H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은 분양가 1억5000만원 가운데 계약금 1500만원만 현금을 내고 중도금 9000만원을 대출로 충당했다”며 “잔금을 낼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대출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세입자를 구하려다보니 시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엔 대개 전세입자가 은행의 후순위로 들어가는 조건일 때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세입자는 일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 아파트는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2000만~3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일단 계약을 할 수 있는 데다 분양 당시엔 대출 문턱까지 낮았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피해가진 못했다. 주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7000가구 가까운 물량이 한꺼번에 뚝 떨어지자 집값과 전셋값이 힘을 못쓰고 있다. 분양권 전매차익을 기대하던 이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차마 빠져나가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 전세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에겐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인근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가격이 한두 달 정도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변 상황이 열악한 편이지만 단지 내부만 놓고 봤을 때는 시설이 뛰어난 만큼 신혼부부 등 목돈이 부족한 이들에겐 새 아파트 전세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양주·동탄 등 새 아파트 1억원대 전세 즐비
양주신도시와 배곧신도시, 영종도 등 공급과잉 지역에선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새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9000가구 가까이 입주하는 양주신도시 옥정지구에선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1억원 초반대다. 2년차 아파트인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58㎡는 1억2000만~1억5000만원이면 대출을 거의 끼지 않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내년까지 3년 연속으로 1만 가구 이상 새 아파트가 쏟아지는 시흥에선 지난달 입주한 배곧신도시 ‘한라비발디캠퍼스2차’의 전용 84㎡ 전셋값이 1억8000만원으로 떨어지며 2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융자를 낀 중대형 전용 113㎡ 전세 물건은 1억5000만원에 나오기도 한다.
그동안 공급이 많았던 동탄2신도시에서도 전세가격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곽인 목동 ‘동탄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4차’는 최근 들어 호가가 500만~1000만원씩 떨어지면서 전용 84㎡ 전세 물건이 1억7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2월 입주한 지 두 달 만이다. 동탄호수공원 남단에 지난달 입주한 ‘동탄자이파밀리에’ 전용 51㎡의 전세가격은 1억4000만원 선이다.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전세자금대출에 동의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3000만~4000만원의 목돈만 있으면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셋집을 찾을 때도 주변 공급량을 시기별로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기로 퇴거하는 시점에 입주물량 압박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더라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집은 매매가와 전셋값이 역전되는 ‘깡통 전세’의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집을 팔더라도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전세반환보증 등 전세보증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임대차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난 뒤엔 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되도록 계약 직후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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