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단독]中 텐센트, 블루홀에 6000억원 이상 투자해 2대 주주로

입력 2018-04-29 17:18
수정 2018-04-29 17:20
텐센트의 국내 기업 투자액수 역대 최대 규모
초기 투자 VC, 투자액 대비 20배 수익 올릴 듯
中기업 국내 기업 투자 재개 신호탄


≪이 기사는 04월29일(16: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총싸움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개임 개발사 블루홀이 중국 최대 인터넷 게임 배급사 텐센트를 2대 주주로 맞는다. 텐센트는 블루홀에 6000억원 이상(지난해 투자한 약 700억원 포함)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그동안 한국 기업에 투자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2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국내외 벤처캐피털(VC)들이 보유한 블루홀 지분 중 일부를 5000억원 이상에 인수하기로 했다. 비상장사인 블루홀 주식의 최근 장외시장 거래가격(약 55만원~60만원)을 웃도는 수준을 주당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지난해 VC들로부터 매입한 1.5%에 더해 최소 10% 이상의 블루홀 지분을 확보해 창업자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약 20%)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블루홀은 올해초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해외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현재 지분율 8%)를 비롯해 프리미어파트너스(4.8%) 알토스(4.5%) 새한창투(2.5%) 등 초기 투자자들은 블루홀이 찾는 해외 파트너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글로벌 VC인 세콰이어캐피탈, 국내 사모펀드(PEF) IMM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뛰어들었지만, 텐센트가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경쟁자들을 물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인터넷 게임업체이자 게임배급사다. 중국에서 발매되는 인기 게임 대부분을 유통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서비스 독점권 역시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다. 최근 블루홀과 공동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게임 버전을 개발해 세계 100개국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텐센트가 2대주주가 되면 배틀그라운드 뿐 아니라 블루홀이 앞으로 내놓을 게임의 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홀은 2007년 장병규 의장 등이 설립한 게임개발업체다. 내놓는 게임마다 부진한 성적을 거둬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북미 중국 등의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넘어 데카톤(10조원 이상)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0월 한 투자회사가 블루홀 지분 0.1%를 사들일 때 책정된 지분 가치는 주당 약 63만원으로 전체 기업 가치가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블루홀 투자는 텐센트의 국내 투자 금액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텐센트는 2014년 CJ게임즈(現 넷마블게임즈) 지분 28%를 5억달러(5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이 규모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투자 금액 700억원을 포함하면 총 투자 금액이 6000억원을 넘는다.

VC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를 미국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같은 글로벌 E-스포츠로 육성하겠다는 계획과 국내외 게임 스튜디오를 추가 인수해 게임을 다변화하겠다는 경영 전략을 텐센트가 높이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텐센트의 지분 인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창업 초기 블루홀에 투자했던 케이넷투자 알토스 새한창투 등은 투자금 대비 2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들 VC들은 블루홀이 게임 흥행 실패와 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회사를 살려냈다. 이후 연이은 실적 부진에도 묵묵히 믿고 기다린 결과 투자 9년만에 30%를 훌쩍 넘는 연평균 수익률(IRR)을 기록하게 됐다.

VC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경쟁사들보다 앞서 VC들이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며 “이르면 다음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상반기내 거래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의 블루홀 지분 인수는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와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기업이 국내 기업 투자를 재개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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