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둘도 없는 길동무 됐다"… 김정은 "악몽같던 긴 겨울과 영영 이별"

입력 2018-04-28 00:02
2018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남북 정상 만찬사도 파격

문 대통령 건배사로 '남북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그날 위하여'
김정은 "내가 걸은 비좁은 길, 겨레 활보할 대통로 만들 것"


[ 박상익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평화의집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북측의 속담이 있는데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 가마 먹은 사람이 한 울음 운다’는 북한 속담을 예로 들며 “우리는 찾아준 손님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야 마음이 놓이는 민족”이라며 “오늘 귀한 손님들과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귀중한 합의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특별히 준비해 주신 평양냉면이 오늘 저녁의 의미를 더 크게 해 줬다”고 감사 표시를 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고 마음이 통했다”며 “우리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 공존하는 새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인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소원을 김 위원장이 꼭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내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라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마무리했다. 건배사는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였다.

문 대통령의 환영사를 경청한 김정은은 답사에서 “분명 북과 남이 함께 모인 자리인데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이 감동적인 모습이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했다”며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고 화답했다. 김정은은 “분단을 상징하는 여기 판문점에서 진행하고,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과 의지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높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불신과 대결의 북남 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며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날 정상회담을 남북 평화의 시발점으로 선언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악몽 같던 북남 사이의 긴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고 선고했다”며 “따뜻한 봄의 시작을 온세상에 알렸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겪어야 할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과 장애물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외면하고 피할 권리도 없다. 우리가 하지 못하면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들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