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기의 악수'는?

입력 2018-04-27 23:48
수정 2018-04-28 02:28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난 장면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역사적인 악수’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AFP통신은 “수십년간 분단된 한반도를 상징적으로 통합했다”며 ‘세계를 흔든 악수’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의 시선을 끌어 모은 역대 ‘세기의 악수’를 소개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2012년 악수로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30년간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해 6월 북아일랜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 사령관을 지낸 마틴 맥기네스 당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2인자와 만나 악수를 나눴다. 맥기니스는 1979년 북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던 여왕의 사촌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을 암살한 IRA의 사령관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두 사람의 악수를 ‘평화 구축으로 가는 역사적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2013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조우해 나눈 ‘깜짝 악수’는 당시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카스트로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영어로 ”오바마 대통령, 난 카스트로요“라고 건넨 인삿말도 화제를 모았다.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기 전이었다. 양국간 화해 무드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미국 내 보수 진영에선 ”독재 정권의 선전 거리만 제공했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몇 달 후 양국 관계는 급격한 해빙기를 맞았고 2015년 7월 미국과 쿠바는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듬해 3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악수 외교’로 유명하다. 취임 후 만난 첫 외국 정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 회담에서부터 화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미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손을 끌어당겨 세차게 흔들며 19초 동안 놓지 않았다. 당시 놀라면서도 묘한 아베 총리의 표정은 계속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싸움 악수’를 보였다. 이들은 맞잡은 손을 여러 차례 강하게 위아래로 흔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놓으려 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손을 움켜쥐고 지지 않겠다는 등 눈을 응시하며 6초가량 악수를 이어갔다.

하지만 악수가 반드시 결실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3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보는 가운데 백악관 정원에서 악수했다. 이들은 오슬로 협정에도 서명하면서 철천지원수 사이이던 중동 국가의 평화협상이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라빈 총리는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유대주의 극우파에 의해 1년 후 암살됐고, 아라파트 역시 배신자로 몰렸다. 2000년 제2차 인티파타(팔레스타인 무장봉기)가 다시 일어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웃음을 지어 보이며 80초간 긴 악수를 나눴다.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평화적 관계 발전을 논의하고 핫라인 설치에도 합의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후임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취임 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고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