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김정은, 예정 없던 돌발행동 주목
'깜짝' '돌발' '파격' 예정없던 장면들
리허설을 통해 완벽히 동선까지 준비됐던 남북정상회담에도 돌발상황은 연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만나 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남북 정상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담소를 나눴다.
순조롭기만 했던 남북 정상간 만남에도 미묘한 기싸움이 있었다.
김정은은 이날 두 번이나 깜짝 제안을 내놓으면서 문 대통령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맞이했다. 김정은은 군사분계선(MDL)에 걸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인 T2와 T3 사이로 건너왔다. 두 남북 정상은 반갑게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양쪽 방향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끝낸 후 문 대통령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자 김정은은 순간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월경'을 제안했다.
흔쾌히 응한 문 대통령과 둘은 손을 맞잡고 북측 분계선을 다시 함께 넘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10초 가량 북측 땅을 밟았다.
이어 두 정상을 위한 국군의장대의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이 진행됐다. 두 정상은 판문점 공식환영식장까지 걸어서 이동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평화의 집 앞에서 공식환영식이 진행됐다. 두 정상은 도열한 전통기수단을 통과해 사열대로 이동했다. 300여명 장병으로 꾸려진 전통 의장대와 취타대, 3군 의장대, 군악대가 투입돼 정상급 예우를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동하면서 남측 임종석 비서실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바로 옆으로 이동해 문 대통령은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과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리용호 외무장 등과도 악수했다.
이후 평화의집으로 향하던 두 정상은 갑자기 발길을 돌렸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이 또 이어졌다. 두 정상은 다시 돌아와 북측 수행원들과 남측 수행원들끼리 서로 인사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어 계단에 줄지어 서서 사열대 앞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북측과 남측 수행원들의 사진 촬영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남북 정상은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 1층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두 정상간의 회담에 앞서 어떤 돌발 발언이 나올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정상간 회담 날짜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당초 1박2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하루 더 하시죠.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돌발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얼굴이 굳어진 김정일은 "대통령이 결정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라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라고 받아쳤다.
회담 끝에 김정일은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해도 되겠습니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고 연장 제안을 거둬들였다.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이 기싸움에서 밀릴까 사실상 사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상회담에서 일정을 갑자기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은 외교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합동 리허설을 통해 이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양측은 25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합동 리허설에서 수행원들의 동선은 물론 인사각도까지 점검을 끝냈다.
남북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만나,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모든 동선을 그대로 재현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배제하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합의라는 회담 의제에 집중하려는 전략이었다.
모두의 바램대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남북한 관계 발전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다.
이같은 성공적인 선언문을 이끌어낼때까지 문 대통령은 특유의 배려와 양보 화법으로 김정은을 리드했다.
문 대통령은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보다 31세가 많지만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마주한 자리에서 "멀리 오셨으니 먼저 인삿말 하셔라", "국민 전세계 기대가 큰데 이 상황 만들어낸 김정은의 용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김정은을 추켜세웠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