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설적이면서도 거침없는 화법

입력 2018-04-27 16:02
수정 2018-04-27 16:0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솔직한 화법을 선보였다. 명실상부한 북한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은 자유롭고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이미현 투비앤아카데미 원장은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등 부사와 형용사가 많은 문장을 자주 사용해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만연체의 문장도 특징으로 꼽혔다. 문장을 마무리하지 않고 쉼표를 사용한 발언이 많았다. 이 원장은 “김정은의 모두발언을 살펴보면 중문, 복문이 많고 온전한 문장은 다섯 문장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간결한 문장으로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 원장은 “김정은의 발언은 형식면에서는 두서없고 장황한 스피치라고 분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등의 용어를 사용해 성공적인 회담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 상대방을 놀라게 하거나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오기 전에 보니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는데 대통령이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는 김정은의 발언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또 김정은은 지난 1일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나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농담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소장은 “김정은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등 개방적인 면모가 있다”며 “당시 외국인 친구들이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정은의 초기 화법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연설에서는 30대 젊은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발성속도도 빨라졌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최근에는 젊은 나이의 어투를 숨기지 않고 속도도 빨라져 자신감을 장착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힘’과 ‘활달함’을 주는 목소리도 김정은의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신중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조동욱 충북대 의료전자기기과 교수가 올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신년사 음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은 음 높이 평균(130.719㎐)과 음 높이 편차(133.527㎐)를 기록해 문 대통령과 유사했다. 반면 음성에 실리는 힘(75.436㏈)은 문 대통령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했다. 발화속도(1분당 341음절)도 문 대통령(255 음절)보다 빨라 활발한 느낌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직설적이고 돌발적인 화법도 자주 구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등 맹렬한 비난을 날린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화법도 곧잘 사용한다. 이 원장은 “특히 ‘인민’과 관련된 멘트에서는 ‘사랑하는’, ‘존경하는’ 등의 따뜻한 형용사를 사용해 친근하고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