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회사채시장선 여전히 ‘甲’…빚더미 대한항공의 매력

입력 2018-04-27 15:51
인지도 대비 고금리 매력에 개인 매수세 꾸준
기관은 회피 뚜렷… ‘땅콩회황’ 땐 채권은행만 매수
“평판 악화 땐 조달비용 상승 불가피”


≪이 기사는 04월25일(11:4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甲)질’ 논란이 확산하고 있지만 약 5조원에 육박하는 회사 채권은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 11일 발행한 제78회 채권가격은 액면 1만원당 1만120원 안팎에 거래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장내채권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발행 보름만에 1% 넘게 시가가 올랐다. 회사의 높은 인지도와 시중은행 정기예금이자의 두 배를 웃도는 기대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결과다. 2년 만기로 발행한 이 채권은 액면금액의 연 4.04%에 해당하는 이자를 분기마다 쪼개 지급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내 채권시장에서의 거래량 비중도 상당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미상환 공모 회사채(원화) 5종의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서만 290억원을 나타냈다. 전체 회사채 장내거래대금 1995억원의 14% 규모다. 국내 상장 회사채 전체 종목수는 약 1만300종, 발행잔액은 240조원이다.

개인들의 이처럼 높은 관심은 기관투자가들과 대조적이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빚더미’ 대한항공 회사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기피 대상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14조8000억원에 달하는 연결 총차입금은 2010년 ‘A’로 평가받던 회사채 신용등급을 최근 ‘BBB’(한국기업평가 기준)까지 끌어내리며 대다수 기관의 ‘투자가능 영역(유니버스)’에서 벗어나게 했다.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가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8차례 연속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미달’(모집금액에 못 미치는 참여금액)이라는 전례없는 기록을 세운 배경이다.

대부분이 이자인 대한항공의 금융비용은 지난해 457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9397억원의 절반에 가깝다. 부채비율은 538%다.

2014년 ‘땅콩 회항’으로 불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안전운항 저해 사건도 기관의 외면을 심화시켰다. 사건 이후 처음인 2015년 8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 공모사채 수요예측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한 곳만 500억원 규모로 참여하는 민망한 성적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안전판’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기관 대상 회사채 판매가 어려움에도 ‘총액인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든든한 수요 기반으로서 자리잡고 있어서다. 총액인수란 기관을 대상으로 팔리지 않은 물량을 증권사가 전액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미매각을 물량을 대량으로 인수한 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단위로 쪼개 팔면 수일만에 수천억원어치가 ‘완판’되기도 한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 bp(0.01%포인트)의 수수료를 떼더라도 기대수익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동양 사태’로 얻은 교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성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인지도 △짧은 만기 △높은 금리를 채권 선택의 핵심 잣대로 삼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은 2013년 동양그룹의 급격한 부실화로 액면금액 기준 2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피해를 입는 계기가 됐다. 매년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공·사모 회사채 발행잔액은 약 2조6000억원, 유동화증권은 2조1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증권사들도 최근 회사의 급격한 평판 악화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낮은 금융비용을 뒷받침해온 개인들의 태도가 달라질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의 평판 위험이 신용위험으로까지 확산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면서도 “개인들의 회사채 기피가 나타난다면 조달 부담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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