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리설주, 남북 정상 부인 역대 처음 만난다
북한 외교 '히든카드' 리설주 만찬 참석
리설주 6시 15분 군사분계선 넘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을 방문한다.
정상회담 당일 오전까지도 동반 참석 여부가 불분명 했던 리설주의 참석이 공식화된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판문점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는 오늘 오후 6시 15분께 판문점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는 정상회담장이 있는 평화의 집에서 환담하고 나서 환영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회담장으로 혼자 향하면서 만찬 장소에서 김 여사와 리설주가 만나기 위해 따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판문점에는 정상회담 동안 마땅히 대기할 장소도 없어서 리설주가 미리 오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상황.
하지만 최근 김정은은 리설주를 부각해 다른 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외교 활동을 하는 '정상 국가'임을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리설주의 참석은 일찍부터 예상돼 왔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리설주의 만찬 참석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을까.
일각에선 "북한이 외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리설주 카드를 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리설주는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수시로 함께 했는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만 유독 당일까지 극비리에 숨기고 있단 이유에서다.
지난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배우자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선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북한의 여성계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에 그쳤다.
지금껏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부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흔치 않았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는 2004년 숨질 때까지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개최됐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혼자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퍼스트레이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리설주 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리설주가 동행해 환영 만찬에 참석하면서 남북 정상 간 처음으로 부부 동반 환영 만찬이 성사되게 됐다.
사상 최초 군사분계선 남쪽인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이로써 남북 첫 '퍼스트 레이디' 회동이라는 '최초'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