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여전히 분단돼 있고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국군 장병들을 사열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이 이동하는 동안 양쪽에선 호위무사들이 장방형 모양을 이뤘다. 두 정상이 우리의 전통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통의장대 취타대는 두 정상의 이동 중 남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리랑’을 연주했다. 판문점 광장에서 전통의장대 및 국군의장대 사열 행사가 있었다. 국군의장대 사열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육·해·공군 의장대가 지휘자의 ‘받들어 총’ 구령에 맞춰 총을 비스듬히 위로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장대 사열이 진행되는 동안 4성곡과 봉안곡이 연주됐다.
판문점 광장은 공간이 협소해 의장대와 군악대, 기수단 등을 포함해 370여명이 참가하는 정식 의장대 사열은 어렵기 때문에 참가인원이 줄었고, 예식도 일부 생략됐다. 이날 전통의장대와 국군의장대 사열에 참가한 인원은 총 300명 규모로 알려졌다.
국기게양과 국가연주, 예포발사 등 정식 의장대 사열 때 실시되는 의전도 없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번 의장대 사열을 약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의장대 사열은 정상외교 때 선보이는 대표적인 의전행사이다. 남측이 비록 약식이지만, 300명 규모의 의장대원을 동원한 가운데 의장행사를 한 것은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방북 때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방북 때 평양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의장대 사열을 했다.지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의 의장대 사열에서도 국가연주나 국가게양, 예포발사와 같은 의전은 생략됐다.
논란은 남아있다. 우리 군의 주적이 여전히 북한이고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군을 사열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등 아직 남북간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문점=공동취재단/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