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덮친 '美 국채금리 쇼크'… 외국인, 4년10개월 만에 최대 순매도

입력 2018-04-25 19:05
美 10년물 국채금리 3% 돌파
외국인 순매도 4일간 2조 육박

남북 해빙무드로 원화 강세 전망
단기적으로 수출株 타격 가능성

외국인, 지배구조개편株는 매수


[ 송종현 기자 ]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증시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투자자가 대규모 ‘셀 코리아’에 나섰다. 외국인은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년10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워 코스피지수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 ‘엑소더스’하나

25일 코스피지수는 15.33포인트(0.62%) 하락한 2448.8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65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급격히 조정받은 2013년 6월21일(8009억원어치 순매도) 이후 4년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팔자’ 공세로 한국 증시는 이날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일본(닛케이225지수), 대만(자취안지수) 증시는 각각 0.28%, 0.18% 하락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총 1조9887억원어치를 팔았다.

◆韓증시에서 발 빼는 이유

최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이라는 공통적 요인이 작용해 조정받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 0.018%포인트 상승한 연 3.001%로 장을 마쳐 201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연 3% 벽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더해져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27일로 예정된 남북한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본격 해빙무드에 접어들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적용하는 할인폭(코리아 디스카운트)이 축소돼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 요인이 되기 때문에 시가총액 비중이 큰 수출주가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양해만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부사장)는 “남북 정상회담이 한국 증시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중국 증시(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도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증시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인덱스펀드는 중국 주식을 투자 바구니에 새로 담아야 한다”며 “외국인들은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MSCI 신흥국지수 구성 비중이 큰 한국 주식을 미리 팔고, 중국 주식 편입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기·현대차 등 순매수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도 삼성·현대자동차그룹 등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그룹의 관련 계열사 투자는 늘리고 있다. 이날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와중에도 삼성전기(88억원·순매수 4위) 현대자동차(45억원·12위) 삼성엔지니어링(29억원·17위) 등은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 순매수 10위권에 삼성전기(2390억원 순매수·1위) 삼성물산(2149억원·2위) 현대차(1668억원·3위) 삼성엔지니어링(740억원·8위) 등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 4개가 포함됐다.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종목이다. 삼성전기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2.61%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현금 유입과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가 완전히 해소되면 그룹의 최상단에서 주요 자회사들을 거느리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과의 합병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의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 호조로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753억원으로, 지난해(3062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 등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청산가치 수준(PBR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0.6배로 떨어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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