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진입이란 새 목표 생겼죠"
[ 조희찬 기자 ]
프로골퍼 이승민(21·KEB하나은행·사진)은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이다. 다섯 살 아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보인다. 그는 평소 음식을 천천히 먹는다. 밥을 빨리 먹으면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껴서다. 또래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햄버거도 그에겐 그저 음식이다. 그가 한 끼 식사를 하는 데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 선수는 겨우내 스스로 식사량을 늘렸다. 자기 전에 야식을 먹고 프로틴도 마신다. 먹어야 한다는 의지력이 생긴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자폐성 발달장애인에겐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고 어머니 박지애 씨(52)는 전했다.
이 선수는 25일 경기 성남시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선생님이 아무리 배불러도 자기 전에 단백질 보충제 한 잔은 꼭 마시고 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도 “승민이처럼 발달장애가 있을 경우 새로운 행동을 하게 하려면 수천 번을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승민이가 스스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놀라워했다.
그가 더 많이 먹는 이유는 182㎝의 큰 키에 비해 부족한 체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근력운동을 병행해 올 시즌을 앞두고 근육량을 2㎏ 늘렸다. 덕분에 몸무게는 70㎏을 넘겼고 비거리도 10야드 늘어났다. 요샌 290야드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를 자랑한다.
이 선수는 덕분에 지난 22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정규대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생애 처음으로 커트를 통과했다. 지난해 6월 많은 선수 틈에서 발달장애 골퍼로는 처음으로 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데 이어 이뤄낸 성과다. 그는 다음달 열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다. 이후 열리는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상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다. 이 선수는 “앞으로 삶은 달걀도 가리지 않고 더 많이 먹겠다”며 “올 시즌 목표인 1부 대회 커트 통과를 이뤄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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