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을 나눠도 공정한 행사 보장 못해
편향 수사 견제하는 公訴 역할 강화 위해
검찰을 수사청, 공소청으로 나누는 방법도
윤성근 <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논의의 주된 관심사가 수사권을 어떤 기관이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해 보인다. 수사권은 나눠준다고 해서 공정하게 행사된다는 보장이 없다.
대학 신입생 여럿이 한 사람을 겁주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이 차비도 빼앗았고, 피해자는 다치기도 했다. 관련자가 많았는데 경찰은 그중 일부만 입건해 조사한 뒤 검찰로 송치했다. 검사는 송치된 사람 중 일부는 기소유예하고 일부는 벌금형을 청구했으며, 일부는 강도상해죄로 기소했다. 법에 따르면 판사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했고 감경하더라도 3년6개월이 최소 형량이 돼 집행유예도 불가능했다. 현장에 있던 학생들 중 일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일부는 교도소에 3년6개월을 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들 입장에서 이것이 과연 납득될까.
수사기관은 어떤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관해 막강한 재량을 가진다. 조사 대상은 본래 ‘행위’지만 실제 조사가 이뤄지는 중심은 ‘사람’에게 놓여 있다.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에 대한 적개심이나 정의감에 몰입돼 수사 대상이 된 행위 외에 다른 사항까지 조사해서 피의자를 꼭 처벌하고자 하는 동기를 느낀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피의자라면 이런 동기는 더 강해진다. 사람이 시험에 드는 것이다.
상호 폭행으로 조사를 받았거나 버스 택시 같은 운수회사 소속 차량과 접촉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수사의 편파성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끈질기게 수사할 것인지가 편파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처벌 기준이 되는 법은 매우 엄격하게 정해 놓고 실제 적용은 선별적으로 이뤄진다면 이것은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누구나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엄격한 법률 아래에서 수사의 공정성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선거 범죄의 수사 결과가 선거의 결과로 이뤄진 정치 지형을 바꾸는 현실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수사권에 대한 핵심적 견제는 수사기관 간의 견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소권에 의해 이뤄진다. 검사를 public prosecutor(공소관)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소권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공소 제기는 수사를 마무리하는 서류작업 정도로 다소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고, 특히 재판에 관여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직으로 여겨 이런 업무에 배치된 것을 인사상 불이익처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소야말로 공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수사는 피해자를 대변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범죄에 대해 불타는 적개심을 가지고 자기 일인 것처럼 집념으로 물고 늘어지는 끈기가 검사의 첫째 덕목이라고 말한 선배 법조인도 있었다. 피해자의 시각에 경도된 수사에 대해 한발 물러나 공익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공소다.
수사권을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공소는 공익에 주안점을 둔 법률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검찰청을 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수사가 누구에 의한 것이든 그에 대한 점검과 공소는 공소청에 의해 이뤄지게 하고 그 공소청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일단 분리되면 공소청은 공익의 대변자라는 말에 부합하는, 보다 공익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소권은 수사권에 매몰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보이고 있다. 공소청이 독립되고, 공소 제기와 유지가 그 기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면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 유지 풍경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사권을 조정할 때는 어떻게 수사가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지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런 수사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담보해야 할 공소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 역할과 독립성을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보다 무게 있게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