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 국가 全無… 한국만 反기업 '우물 안 규제'

입력 2018-04-25 17:45
주요국 상법 비교해보니

집중투표제 의무화
러시아·멕시코·칠레뿐

다중대표소송제는
日만 도입, 소송은 제한


[ 장창민 기자 ] 정부가 이번에 다시 들고나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제계에서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내 주요 기업 경영권이 외국 투기자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해외 국가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를 뜻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 주요 국가의 상법을 분석한 ‘상법 개정안 제도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대부분 다른 선진국엔 없거나 일부 국가만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입법 사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뽑는 제도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선임 단계부터 대주주 의결권을 3%만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가 두 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3개국뿐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필리핀 대만 이탈리아 중국 등에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있다. 다만 개별 기업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자율에 맡기고 있다.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은 1940년대 애리조나 등 22개 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 규정으로 도입했다. 이후 경영자 간 갈등이 잦아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주가 기업 자율로 적용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한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일본도 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자 1974년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비슷하다. 이 제도를 입법화해 의무화한 곳은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경영권 침해와 자회사 주주의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다중대표소송 대상을 100% 자회사로 한정했다. 미국도 판례를 통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했을 때만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개정안은 지분율 50% 초과 자회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전자투표제도 상당수 해외 국가에서는 의무화하지 않는 추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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