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아바타'로 진화하는 실험동물 시장

입력 2018-04-25 17:35
산업리포트

사람의 암세포 이식한 '아바타 쥐' 키워서 팔아
디엔에이링크 12억 매출

마크로젠은 '유전자 변형 쥐'
빠르고 효율적으로 키우려
美서 유전자가위 기술 도입

단순 사육보다 수익성 월등
실험용 생체칩 연구도 활발


[ 양병훈/한민수 기자 ]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아바타 마우스’로 첫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12억5000만원으로 전체 매출(145억원)의 10분의 1에 육박했다. 아바타 마우스는 사람의 암세포를 이식받은 쥐다.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가 주요 구매처다.

같은 암이라도 발병 부위 등에 따라 수요가 다양하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폐암 분야에서 260여 종, 췌장암 70여 종, 유방암·뇌종양에서 각각 20여 종 등의 아바타 마우스를 개발했다. 조만간 유방암과 위암 아바타 마우스도 20종씩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쥐에게 암을 발병시켜 항암제 시험을 하던 기존 방식보다 약효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바타 마우스의 장점”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시장 빠르게 성장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곳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하는 기관은 지난해 351곳으로 2013년(302곳)에 비해 16.2% 증가했다. 총 사용 동물 수는 같은 기간 196만6848마리에서 308만2259마리로 56.7%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실험동물의 45%를 제약사 등 일반 기업에서 사용했다.

실험동물 시장 흐름도 최근 바뀌고 있다. 단순히 키워서 파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실험동물에게 사람의 병을 이식하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맞춤형 치료제 개발 및 진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고 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생산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마우스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간 질환을 재현한 실험동물이다. 일반 실험쥐보다 가격이 수십, 수백 배 비싸다. 이 회사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달 미국 브로드연구소로부터 차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50여 건의 권리를 확보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폐사 위험 등으로 실험동물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게 좋다”며 “국내 신약 연구의 증가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유전자가위 기술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정바이오는 올해 열대성 어류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실험동물 사업을 시작했다. 제브라피시는 뇌 심장 간 등 인간이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장기를 가지고 있어 신약 초기물질의 다양한 검증에 활용된다. 독성으로 인한 기형 형성을 빨리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체실험 연구·상용화도 활발

최근에는 동물실험 대체 수단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동물보호를 이유로 동물실험 관련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데다 비용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실험 연구는 주로 인간의 조직이나 장기를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인체와 같은 조건의 실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인간의 피부 세포를 배양한 실험용 인공 생체칩(organ on a chip)을 개발해 다른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회사들도 이 칩을 화장품 개발에 활용한다.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이 유럽연합(EU)은 2013년,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금지된 탓이다. 피부 생체칩은 단순 세포 배양을 넘어 신경이나 혈관 등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교수팀은 피부 속 혈관 등을 모두 구현해 인간의 실제 피부와 비슷한 ‘피부 아바타’를 지난해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인체 조직의 생체칩이 상용화됐다. 싱가포르 바이오회사 에임바이오테크는 실험기관이 어떤 조직을 배양할지 선택해 맞춤형 칩을 제작할 수 있는 상품을 상용화했고 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생체칩에 조직을 배양하는 수준을 넘어 미니 인간 장기(오르가노이드)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자상거래업체 인터파크는 지난해 인터파크바이오융합연구소(IBCC)를 세우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오르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다.

정석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하버드대가 세운 생체칩 전문 바이오벤처 에뮬레이트는 창업 5년 만에 6000만달러(약 65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한민수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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