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인구 17만명 붕괴 위기

입력 2018-04-24 18:54
수정 2018-04-25 09:02
울산 동구의 눈물
조선 불황 지역경제 직격탄
상가·원룸 급매 쏟아지고
자영업 매출 1년새 반토막


[ 하인식 기자 ] 한때 현대중공업 협력사에서 용접 일을 했던 김승호 씨(60·동구 일산동)는 울산 동구 조선업희망센터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고 있지만 2년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4년 전만 해도 울산 동구는 초대형 해양플랜트 공사 덕분에 전국에서 온 기술 인력들로 넘쳐났고 원룸 등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런 동구가 현대중공업의 수주 불황이 지속되면서 깊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동구에는 현대중공업그룹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2014년 초대형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이 호황일 때 협력업체를 포함해 7만여 명에 달한 전체 근로자 수는 희망퇴직과 분사, 구조조정 등으로 2만5000여 명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해양플랜트 사업부에도 2014년 11월 이후 수주가 완전히 끊겼다”며 “오는 7월 마지막 공사물량이 출항하면 최소 1년 반 이상 도크가 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4년 2만5000여 명에 달했던 조선해양플랜트 사업부 근로자 수도 6600여 명으로 줄었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동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일산해수욕장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마다 상가와 원룸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는 등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모 A중개업소 사장은 “이 일대는 2년 전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상가나 원룸 매물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외식업협회 울산 동구지부 관계자는 “1년 전보다 매출이 40~50% 줄었다”고 말했다.

동구는 지난해 12월 공원관리 기간제 근로자 16명 모집 공고를 냈을 때 208명이 지원해 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8개월짜리 단기 일자리에도 사람이 많이 몰린다”며 “조선업이 회복될 때까지 특단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18만3587명이던 동구 인구는 2015년 18만1207명, 지난해 17만3096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 3월에는 17만1025명으로 17만 명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희망퇴직을 통한 회사 측 인력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수주 부진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유휴인력이 3000명에 달하는 상황인데도 노조가 회사와 지역 경제 등을 볼모로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업 경기가 침체에 빠진 2014년 이후 매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연간 70~80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데 2016년(24척)과 지난해(48척), 올해 1분기(7척)까지 ‘수주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며 “생존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00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에 있던 조선업체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될 때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통탄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말뫼의 눈물’을 동구 지역 주민에게 안겨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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