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뱅, 해외송금 수수료 낮다더니…시중은행이 '더 저렴'

입력 2018-04-24 14:58
수정 2018-04-24 15:31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보다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수수료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금 절차와 수수료에 차별화를 두지 못하는 가운데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송금 가능 국가 수는 인터넷은행의 한계로 꼽힌다.

24일 케이뱅크(이하 케뱅)는 송금 절차를 간소화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송금 수수료는 건당 5000원으로 은행권 최저 수준임을 내세웠다. 오는 6월 말까지 송금 수수료 무료 행사를 시행해 고객 잡기에 나선다.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는 행사 후에도 부과하지 않는다.

이는 앞서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뱅크(이하 카뱅)보다 수수료가 낮다.

카카오뱅크 역시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를 면제 중이다. 다만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뉴질랜드 인도 유럽 11개국을 대상으로 송금액이 5000달러 이하일 때는 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5000달러 이상일 때는 건당 1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일본 필리핀 태국 송금 수수료는 건당 8000원이다.

◆시중은행, 카뱅 돌풍에 맞서 수수료 적극 '인하'

후발주자인 케뱅이 카뱅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두 업체 모두 사정은 여의치 않다. 카뱅 돌풍에 맞서 시중은행이 이들보다 수수료를 더 낮게 책정하고 있는 탓이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핸드폰을 이용해 수취인 계좌 없이 송금이 가능하도록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신한은행은 거래외국환 지정 고객이 모바일뱅킹 플랫폼인 신한 쏠(SOL)·글로벌S뱅크로 3000달러 이하 송금 시 송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행사를 오는 8월 말까지 진행한다. 이 기간 전신료도 기존 8000원에서 5000원으로 할인한다.

베트남 핸드폰 번호로 실시간 해외송금이 가능한 '모모 아이디(MoMo ID) 해외송금' 이용 고객은 오는 8월 말까지 송금 수수료, 전신료를 전액 면제받는다.

KEB하나은행 역시 핸드폰 번호로 간편 송금이 가능한 '원큐 트랜스퍼(1Q Transfer)'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건당 송금 수수료는 송금액 500달러 이하면 5000원, 500달러 초과 시 7000원이다. 우리은행도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간편 해외 송금서비스 '위비 퀵 글로벌송금'을 제공하고 있다. 송금 수수료는 건당 5000원이다.

◆인터넷은행,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에 송금 못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송금 수수료, 송금 방식에 차별화를 꾀하지 못하는 가운데 서비스의 한계마저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금 가능 국가가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케뱅의 송금 대상 국가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이다. 향후 중국과 일본, 주요 동남아 국가 등으로 송금 가능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카뱅은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 22개국에 송금할 수 있지만 케뱅과 마찬가지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송금 주요국들이 모두 빠져있다. 시중은행들은 240여개국에 송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간편 송금 서비스도 동남아 주요국을 포함해 30~40개 국가에 제공 중이다.

◆절차 탓에 외국인 계좌발급 불가…경쟁 뒤쳐져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터넷은행의 송금 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시장 성장의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인터넷은행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으로 비대면 실명 인증을 거친 고객에 한해 계좌를 발급한다. 여권, 외국인 등록증을 소지한 외국인은 계좌 개설은 물론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IBK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 규모는 연간 4조원이 넘는다.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근로자 전용 송금센터를 개설해 휴일에도 문을 열며 외국인 근로자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15년 말 189만명에서 작년 말 218만명으로 늘었다. 3년 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이 촉발됐고, 이제 어느 정도 수수료 평균값이 맞춰졌다"며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들은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도 외국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당국과 업체 간 인증 절차가 조율되어야 시중은행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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