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도심회귀 본격화"…지방 광역시 청약 전쟁 '후끈'

입력 2018-04-24 09:20
수정 2018-04-24 09:58
'도심 유턴'에 청약 경쟁률 세자릿수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전은 치열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지방광역시에서 ‘도심 회귀’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변 신도시로 빠져 나갔던 인구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새단장한 도심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 침체에 빠졌지만 광역시 신축 아파트는 수백 대 1의 경쟁률 속에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신규 청약 수백 대 1 경쟁률

지방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섰지만 광역시 분양시장은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들어 4월 20일까지 19개 단지가 청약을 받았다. 이 중 광역시서 나온 아파트에선 단 한 곳만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평균 경쟁률 상위 1~4위도 광역시 아파트가 휩쓸었다.

현재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곳은 대구 중구 남산동의 ‘남산재마루지구’를 재건축한 ‘e편한세상 남산’이다. 지난 1월 191가구 모집에 6만6184명이 청약 통장을 던져 평균 34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전 서구 탄방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e편한세상 둔산 1·2단지’에는 4만5639가구가 1순위를 접수했다. 1단지는 321 대 1, 2단지는 241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각각 2~3위가 됐다. 박철희 호반건설주택 대표는 “광역시 주변 신도시로 빠져나갔던 이들이 도심이 재개발되자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병원 등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직장과도 가까워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도심으로 회귀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규 청약 단지의 계약자들을 분석해보면 광역시 반경 20㎞ 이내 주민들이 상당수라는게 분양 업계의 분석이다. 가령 대구에서 분양하면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성주군, 고령군, 청도군 등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몰려든다. 부산, 광주 등도 마찬가지다.

도심 회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새집이 공급되고 있어서다. 도심은 지하철, 병원, 학교 등 생활 편의시설 이용도 편하다. 일자리도 많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년층 뿐 아니라 노인들도 도심 유턴에 나서고 있다. 광역시 주변 신도시나 중소도시엔 큰 병원이 없어서다. 광역시에서는 각종 전공별로 세분화된 병원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지만 농촌에서는 이같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같은 ‘도심 유턴’ 현상이 본격화됐다. 1960년대 대도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쿄, 오사카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했지만 도심 회귀가 일어나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이 같은 주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지방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광역시 분양은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분양대행사 아이에스개발의 김선관 대표는 “광역시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시공사 시행사 모두 걱정이 없을 정도로 분양 성적이 좋다”며 “지방 광역시에서 신도시보다 도심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4월까지 청약을 받은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자 41만7262명 중 44%(18만5261명)가 광역시 청약자로 나타났다.

광역시와 달리 지방 중소도시는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서 지난 1월 공급한 ‘태안 코아루 3차’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0.15 대 1, 충남 당진시 대덕동에 같은날 공급한 ‘당전대덕수청 중흥 S-클래스 파크힐’은 0.12 대 1에 그쳤다. 원주 단구동에서 공급한 ‘원주 단구 내안애카운티 에듀파크 1·2단지’는 각각 0.09 대 1, 0.18 대 1에 불과했다. 전북 순창군의 ‘순창 온리뷰 2차’와 제주 한립읍의 ‘제주 대림 위듀파크’ 등은 1순위 청약자가 0명이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전 치열

대형 건설사들이 다시 광역시 재건축·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2000년대 중후반 광역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수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광역시 정비사업 수주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수주 관련 부서 뿐 아니라 경영지원쪽 직원들도 현장으로 파견해 수주전에 올인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주요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선점했다. 부산진구 양정3구역(롯데건설), 부산남구 감만1구역(대우건설), 동구 초량2구역(호반건설) 등이 그런 사례다.

새로 나오는 물량을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사간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부산 재개발의 최대어로 불리는 사하구 괴정동 ‘괴정5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선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협성건설, 동부토건 등 지역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3만여㎡를 재개발해 42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남산1구역, 명륜2구역, 영주2구역, 만덕3구역 등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수주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전에서도 주요 도시정비 물량을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시공사를 선정한 27곳 중 21곳을 수도권 소재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심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광역시 재건축·재개발 물량은 미분양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광역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건설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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