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구속자 급감… 3년來 최저

입력 2018-04-23 18:16
수정 2018-04-25 17:20
검경, 정부의 對北 친화정책 '코드 맞추기' 영향

입건자 수도 9년 만에 최저


[ 안대규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국보법 위반자 입건도 현저히 줄고 있다.

23일 법무부와 경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보법 위반자 구속은 7명으로 한 해 전(21명)의 3분의 1에 그쳤다. 7명 대부분 북한에 몰래 넘어가려고 시도(잠입·탈출죄)했거나 북한을 미화한 혐의(찬양·고무죄)를 받고 있다. 연간 국보법 위반 구속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드러난 2014년(7명) 이후 두 번째다. 당시는 국정원 대공수사팀이 상당수 재판을 받고 있어 수사가 어려웠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작년 구속자 수 급감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구속자 수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한 2013년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감소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국보법 위반 수사는 검찰 자체적인 인지 수사가 거의 없고 경찰과 국정원에서 송치된 사건이 대다수”라며 구속자 수 급감의 원인이 경찰과 국정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보법 위반 입건자 수는 작년 45명으로 한 해 전(60명)보다 25% 줄었다. 2008년 40명을 기록한 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입건자 수는 2010년 151명에서 2013년 121명, 2015년 62명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작년 국보법 입건자도 5월 문재인 정부 집권 후에는 17명에 불과했고, 62%(27명)가 박근혜 정부 때인 1~4월에 집중 발생됐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북한을 찬양하거나 고무하는 것이 위협이 되느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들은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대공 수사 인력도 줄이는 추세다. 경찰은 지난해 말 대공 수사 인력을 200명 감축했다. 국정원 역시 대공 수사 기능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의 국보법 관련 판결도 무죄가 늘고 있다. 북한 관련 서적 등 이적 표현물을 소지·반포·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는 1심에 이어 지난 11일 항소심(서울고법)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북한 대남선전기구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단순히 팔로한 개인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북한과 해빙무드라 하더라도 다른 국가를 상대로 안보를 지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보법은 존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갑윤 의원도 “북한의 '평화기만공세'가 거세게 불어 닥칠 것”이라며 “대공수사 기관은 지금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안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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