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ICBM 실험 중단' 선언한 김정은
한반도 비핵화 아직 먼길
美,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 강조
"안보리가 검증" 목소리도
[ 박재원 기자 ] 북한이 현 수준에서 핵능력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핵무기 처리가 과제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지, 핵실험장 폐쇄 등을 선언했지만 보유 중인 핵무기와 ICBM 처리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행보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축배’를 들 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밝힌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란 대목을 두고 ‘신중론’이 팽배하다.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ICBM을 당장 폐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은 북한의 ‘미래의 핵’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돼 있어 기존의 핵무기와 플루토늄,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처리 방안을 두고 미국 측과 험난한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제적 조치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 경제 제재 완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라늄탄 1기를 만드는 데 고농축 우라늄 15~20㎏이 소요돼 이론상 연간 2기의 우라늄탄을 제조할 수 있다. 또 북한이 작년 11월29일 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 이상)을 비롯한 ICBM급 미사일도 최소 10여 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과 후속 실무 협상에서 이 같은 북한의 기존 핵처리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접점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비핵화를 위해 더욱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핵 폐기 과정을 감시할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거 북한에 대한 핵사찰을 주도한 유엔 산하 IAEA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독자적인 경제체제 구축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경제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고 정상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