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실질적인 미세먼지 대책 필요하다

입력 2018-04-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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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게 두려울 지경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에이즈(AIDS), 말라리아, 당뇨, 결핵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많다.

미국 ‘버클리 어스’라는 비영리 단체가 대기오염 수준을 흡연과 비교한 데이터 분석 내용은 충격적이다. 담배 한 개비를 태우면 PM2.5(초미세먼지)를 기준으로 22㎍/㎥를 흡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의 대기오염 평균 수치를 담배량으로 환산하면 하루 각각 0.4, 1.6, 2.4개비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 베이징은 평균 4.0이고 오염도가 높은 날에는 25.0, 하얼빈은 45.0, 그리고 선양은 최악의 대기오염 시 63.0까지 올라간다. 선양 시민은 하루 담배 세 갑 이상을 피우는 꼴이다.

한국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하루 농도 기준을 각각 100㎍/㎥와 50㎍/㎥로 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간 허용 농도(미세먼지 50㎍/㎥, 초미세먼지 25㎍/㎥)도 WHO 환경기준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세계은행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각국의 연간 손실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은 생존과 행복추구 권리와 연관되고 경제적인 이유도 덧붙여진다. 중국 베이징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업용 연료, 건설자재 등을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지목했고, 허베이성은 석탄 사용 제한, 노후 차량 폐차 정책 등을 시행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시가 시행한 버스, 지하철 무료 탑승 같은 미봉책으론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WHO 권고 기준으로 오염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대기오염과 관련한 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엄치용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