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이영렬 2심도 무죄, '적폐' 몰더니… 무리한 솎아내기였나

입력 2018-04-20 18:20
수정 2018-04-21 06:34
"현금·음식 모두 격려 목적
김영란법 예외 사유에 해당"


[ 이상엽 기자 ]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지검장이 낸 식사비는 하급자 격려 차원이어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전 지검장을 이른바 ‘적폐 검사’로 몰며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었던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아픈 패배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20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여섯 명과 함께 작년 4월21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두 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9만5000원 상당의 식사 등 합계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 재판부는 “음식물과 현금 모두 청탁금지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1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기회에 제공된 음식물과 현금을 분리해 판단한 1심의 법리적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두 항목 모두 ‘격려’ 차원의 예외 사유에 해당해 범죄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못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금전과 음식물을 분리해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번에도 이 전 지검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음식물과 현금이 모두 이 전 지검장이 상급 공직자로서 하급 공직자에게 위로와 격려 목적으로 제공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 대해 상급 공직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에 단순히 상급 공직자라고 돼 있음에도 이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공소장에조차 해당 자리가 ‘격려조’라고 한 점 등을 보면 다른 목적으로 돈과 식사가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이 모두 이 전 지검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한 만큼 후폭풍이 예상된다.

돈 봉투 만찬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거론하고 직접 감찰을 지시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에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작년 6월 당시 ‘검찰 2인자’로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던 이 전 지검장이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수사를 의뢰하고 면직을 권고했다.

이번 판결은 이 전 지검장이 제기한 면직처분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은 지난 2월27일 첫 번째 재판이 열렸고 오는 26일 두 번째 일정이 잡혀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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