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랑끝 노사 협상'이 어쩌다 한국에서 관행이 됐나

입력 2018-04-19 17:42
한국GM의 노사협상 합의 시한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GM은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구조조정 등에 대한 노사 잠정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GM 노사는 어제도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절감과 군산공장 근로자 680명에 대한 희망퇴직 등의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장에선 복리후생비 절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조가 막판까지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 노조뿐만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직면한 국내 대기업 노조들은 대부분 벼랑 끝 협상을 해왔다. 올 들어서도 금호타이어 노조, STX조선해양 노조도 예외없이 막판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가까스로 사측과 합의를 했다. 그러나 노조의 대안 없는 강경 일변도 투쟁은 회사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노조 자체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또 기업에 딸린 수많은 협력업체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한국GM의 경우 거래하고 있는 기업 수가 3000개가 넘으며 관련 종업원 수도 30만 명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이미 가동률 저하, 어음할인 거절 등으로 인해 연쇄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노조가 벼랑 끝 협상으로 일관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리는 길을 택해 왔다. 그러다 보니 많은 노조가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번 금호타이어 분규 때 청와대가 나서 “정치적 논리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뒤에야 노조가 합의안을 수용했던 배경이다.

극심한 대치로 일관하는 벼랑 끝 협상에 협력적 노사관계가 들어설 공간은 아예 없다. 노조의 막무가내식 버티기로 인해 회생할 수도 있는 기업이 자칫 파국을 맞는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회사의 회생을 위한 대안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대기업 노조의 관행을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