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미터, 네이버 댓글 분석
5개월간 네티즌 1000명이 전체 댓글의 3.8% 차지
똑같은 내용 계속 올려 여론몰이
커지는 댓글 영향력
온라인 뉴스에 관여하는 사람 전체적으로 줄었는데
소수의 온라인 여론 개입은 더욱 심해져
[ 김주완 기자 ]
2만2436개. 지난 18일 네이버 아이디 ‘sanc****’를 사용한 네티즌이 네이버 뉴스에 올린 댓글 20개가 받은 공감 수다. 공감 수가 많을수록 댓글은 관련 기사 댓글 창의 상단에 노출된다. 19일에도 이 네티즌의 댓글은 ‘민주당 공천에 조폭 개입 포착’이라는 제목의 기사 댓글 창 가장 위에 올랐다. ‘드루킹에 이젠 조폭까지 정말 갈 데까지 다간 막카파정권일쎄’라는 댓글이 1만2138건에 이르는 공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최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 더불어민주당원 김모씨의 필명이다.
소수가 독점하는 댓글 여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여론의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수 네티즌이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포털 서비스의 댓글을 주도하면서다.
국내 포털 검색 부문에서 7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댓글을 분석하는 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지난해 10월30일부터 지난 18일(오전 8시 기준)까지 네이버에 달린 댓글 수는 4227만9464건이었다. 같은 기간 댓글을 가장 많이 올린 1000명의 총 댓글 수는 162만3410건에 달했다. 전체의 3.8%였다. 네이버 뉴스 이용자 수(1300만여명)를 감안하면 상위 ‘댓글꾼’ 0.007%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드루킹이 동원한 아이디 개수 614개의 댓글이 모두 상위권이었다면 전체 댓글의 2.5%를 차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온라인 여론이 소수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난 5개월여 동안 1000개 이상 댓글을 단 네티즌은 3139명에 달했다.
상위 댓글꾼들은 같은 내용을 계속 올리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댓글(4222개)을 올린 ‘pant****’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김경수, “시민 정치참여 활동, 불법행위 동일시는 모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거 완전 쓰레기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는 댓글을 연달아 10개 올렸다. 같은 기간 3000개 이상 댓글을 단 ‘nall****’이라는 아이디의 이용자는 ‘6·25전쟁 잊어버린 문빠님들, 김정은 핵폭탄 파괴력으로 협박을 받아봐용’이라는 내용이 담긴 댓글을 10개 넘는 기사에 똑같이 계속 올렸다.
댓글 내용으로 현실 여론까지 유추
전문가들은 댓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인터넷 뉴스 댓글이 여론 및 기사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지각과 수용자의 의견에 미치는 효과’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 13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디지털 뉴스 이용자들이 댓글 내용으로 현실의 여론까지 유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재원 동국대 사회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인터넷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의 효과 연구’ 논문에서 “더 많은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경향 때문에 자신과 큰 관계가 없는 이슈에서는 이용자들이 댓글 내용에 크게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고, 자신의 견해와 다른 댓글을 본 경우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에 관여(뉴스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작성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등)했다고 응답한 한국인 비율은 2016년 58%에서 지난해 51%로 낮아졌다. 2017년 기준으로 조사 국가 36개국 중 30위로 하위권이었다. 온라인 뉴스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줄고 소수의 온라인 여론 개입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포털의 정화 노력 필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정치권은 ‘가짜뉴스 방지법안’, ‘댓글 실명제법안’, ‘매크로(반복 명령 실행 프로그램) 방지법안’ 등을 발의했다. 일부에선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 창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관리를 강화하도록 관련 법제를 개편하고 다양한 정책을 도입해도 개인정보가 끊임없이 유출되듯이 댓글 규제도 아무리 강화해도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대폭 공개하고 신고 포상금제도를 활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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