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Book적Book적…서점, 상권 활성화 주역 되다

입력 2018-04-19 09:30
상가 분양 위해 대형 서점 유치 안간힘
생활용품·음반도 파는 복합 문화공간



복합쇼핑몰 테마상가 등이 앞다퉈 대형 서점을 모셔가고 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이 유동인구를 모으는 ‘키 테넌트’(핵심 점포) 역할을 하면서다. 일본 츠타야 서점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대형서점들도 서점을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니라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서점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인근 상가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점을 눈치챈 대형 쇼핑몰들이 서점 유치로 상권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영풍문고 올해만 4개 오픈

새로 문을 여는 대형 복합쇼핑몰들은 잇따라 서점을 유치하고 있다. 영풍문고는 올해 서울에서만 4개 영업점을 추가했다. 기존 6개 영업점에서 10곳으로 늘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점과 강남 포스코점, 가산 마리오점을 먼저 오픈한 데 이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 현대아이파크몰’에서 문을 열었다. 교보문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합정점에서 문을 열고 지난 2월에는 광주 상무센터에 새로 영업점을 꾸렸다.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에 지난 13일 문을 연 영풍문고(면적 1914㎡)는 용산역 광장에서 쇼핑몰로 이어지는 계단과 역사로 들어서는 입구 부분에 들어섰다. 쇼핑몰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총 7만여 점의 도서, 북카페, 원형 극장형 독서 공간, 독서 테이블 등을 배치했다. 아이파크몰은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린이 글짓기대회와 인문학·순수 예술 전시 등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을 연지 약 일주일간 유동인구가 크게 늘며 인근 상가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최석환 현대아이파크몰 마케팅팀장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오래 머무르게 하는 대형 서점 유치가 업계 공식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라며 “서점에 월 30만명에 이르는 고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분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지난달 26일 문을 연 영풍문고 ‘강남 포스코점’도 유동 인구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영풍문고가 위치한 오피스 건물 지하 1층 점포들도 식음료 점포를 새로 들이는 등 ‘리뉴얼’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오피스가 많은 지역인 까닭에 다른 건물의 입주 기업 직원들도 영풍문고가 있는 이 건물로 모여들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직장인들에게 휴식과 여가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해결의 주역

대형 서점이 들어오면서 미분양 상가들도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포한강푸르지오’ 1·2차 단지 내 상가인 ‘딜라이트 스퀘어’는 2015년 10월부터 분양했지만 1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분양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교보문고 합정점 입점이 확정돼자 임차 문의가 급증했다. 지난해 4월 개점한 교보문고 합정점은 합정역(지하철 2·6호선)과 연결되는 지하 2층 상가 전체(1만9830㎡)를 10년간 사용한다. 복도 시설 등을 제외하고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약 9900㎡에 달한다. 서울 광화문 본점(5619㎡)보다 더 크다. 교보문고 유치 이후 1년여만에 점포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교보문고 입점이후 비어 있던 상가에 편의점, 은행, 카페, 음식점 등의 임차 문의가 급증했다는게 대우건설 측의 설명이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주상복합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단지 내 상가 ‘광교 월드스퀘어’도 교보문고 입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교보문고 광교센터가 지하 1층(561㎡)에 들어서자 비어 있던 상가의 10~15% 가량이 채워졌다. 월드스퀘어를 분양한 엠디엠플러스의 구명완 대표는 “교보문고 입점 후 인근 식음료 점포 매출이 15~20% 정도 늘었다”며 “광교뿐 아니라 수원시 내에 대형 서점이 드물어 유동인구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에선 라페스타, 웨스턴돔, 원마운트 등 기존 상권을 제치고 고양종합터미널이 대표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 5월 교보문고 일산점이 롯데아울렛 고양터미널점 지하에 입점하면서다. 일산점은 10~20대 젊은 층부터 가족 단위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형 서점 가속화

앞으로 이같은 ‘라이프스타일형’ 서점이 더 늘어날 것이란게 상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시공사, 상가 분양사들이 상업 시설 활성화를 위해 대형 서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이런 트렌드는 일본 쯔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도쿄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장소로 자리잡은 다이칸야마의 쓰타야 서점은 교통이 불편한 도심 외곽에 있는데도 해외 여행객들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인기다. 볕이 잘 드는 2층짜리 통유리 건물 3개동 사이사이로 나무가 심어져 있고, 카페 식당 문구점 카메라점 애견숍 수입가구점 피부미용클리닉 여행사 등이 밀집해 있다. 심지어 술을 파는 바까지 있다. 책만 취급하던 서점이 F&B, 팬시, 생활용품, 음반을 종합적으로 파는 ‘라이프 스타일’ 형태의 다목적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상가 분양 대행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선 이미 반스앤드노블, 쓰타야, 청핀서점 등 거대한 서점이 복합상가의 앵커 스토어 역할을 해왔다”며 “서점이 식음과 쇼핑, 여행, 취미 등 모든 것을 취급하게 되면서 가장 큰 라이프스타일 정보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거 영화관이 누리던 앵커 시설의 지위가 이제 서점으로 넘어갔다는게 상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과거 줄을 서서 영화 표를 예매하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는 기다리면서 인근 상가에서 소비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예매 등이 활성화되면서 영화관 이용객이 다른 영업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동열 에이치플랜에셋 대표는 “네임밸류 있는 영화관들의 입점은 ‘상징성’만을 담보할 뿐, 집객 파괴력이 대형 서점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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