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남북 정상회담
문 대통령과 평화의 집까지 함께 걸어서 이동할 듯
이설주 동행 가능성 높아
[ 조미현 기자 ]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이 세기의 이벤트로 치러질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측으로 넘어오는 장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처음으로 악수하는 모습 등이 실시간 전 세계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남북한은 18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의전·경호·보도 부문 2차 실무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우리 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측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처음 악수하는 순간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과 행보를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권 관장은 “의전·경호·보도 부문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뤘다”며 “보다 세밀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남북이 정상 간 첫 악수 장면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김정은과 악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두 정상은 악수한 뒤 자유의 집을 지나 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으로 함께 걸어가게 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생중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뒤 평화의 집까지 문 대통령과 함께 차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자유의 집을 돌아 평화의 집까지 이동하는 차량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생중계는 지난 5일 1차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것으로 이날 북측이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기 때문에 녹화방송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북한이 생중계에 동의한 것은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생중계가 의미가 있는 것은 남한을 처음 방문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 세계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무궁화위성 3호를 통해 생중계됐다.
김정일의 공항 영접은 계획에 없던 일로,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사전에 정해진 생중계가 아니었다. 대담하고 개방적인 성격의 김정은이 남측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생중계까지 흔쾌히 수락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 단독 회담과 남북 고위 관계자가 함께 배석하는 확대 회담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이 길어질 경우 오찬은 물론 만찬까지 진행될 수 있다. 대표단은 세부 사항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으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도 동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