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 할머니' 바버라 부시 별세

입력 2018-04-18 17:54
남편과 아들 대통령 만든 영부인


[ 홍윤정 기자 ]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부시 전 대통령 가족의 대변인 짐 맥그리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바버라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바버라 여사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과 울혈성 심부전을 앓았다. 최근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에서 ‘편한 돌봄(comfort care)’을 받아왔다.

미국 역사상 남편과 아들의 대통령 선서를 모두 지켜본 이는 그가 유일하다. 바버라 여사는 1925년 뉴욕에서 출판사업을 하던 마빈 피어스와 폴린 로빈슨의 셋째로 태어났다. 14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피어스가 그의 조상이다. 부시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1941년 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였다. 1945년 만 스무 살도 안 된 그는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부시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지난 1월 결혼 73주년을 기념한 이들 부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한 커플로 꼽힌다. 슬하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5명의 자녀를 뒀다.

그는 남편이 하원의원을 거쳐 1981년부터 8년간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하면서 주목받았다. 수수한 옷차림과 가식 없는 모습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남편의 정치적 조력자가 됐다. 남편이 백악관에 입성한 1989년부터 대통령 부인으로 자리를 지키면서는 논쟁적인 이슈와 관련한 공개 발언을 자제했다. 염색하지 않은 새하얀 머리와 가짜 진주목걸이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국민 할머니’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