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리포트 - 임정희 < 인터베스트 전무 >
진정한 바이오 선진국 되려면
생산액 100조 규모로 키워야
한국 바이오산업 경쟁력 충분
새 도약 위한 방향 설정할 때
기술 이해 깊은 2세대 리더들
글로벌 신약 개발 신화 쓸 것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목적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기차와 같다. 기차는 그 궤도가 정해져 있기에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바이오산업은 속도 못지않게 어느 곳을 향하는지 방향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바이오산업의 목적지는 과연 어디인가.
정부는 2011년 3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제1차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2차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17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신약 23개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과연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한 것인가. 우리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생산액 기준으로 따져보자. 국내 바이오산업은 2016년 기준으로 의약품 생산 18조8000억원, 의료기기 생산 5조6000억원, 화장품 생산 13조원으로 총 37조4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 국민총생산 1504조원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바이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총생산 대비 10% 이상으로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추가로 달성해야 할 생산액 목표치는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가 이런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혁신적인 학계와 기업, 두 번째로 대규모 연구개발비 투자, 세 번째로 훌륭한 임상연구 환경, 네 번째로 강력한 정부 지원, 다섯 번째로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다섯 가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1세대 바이오 벤처 기업가들은 성공을 이뤄냈다. 셀트리온 같은 기업이 대표적 사례다. 바이오 비전공자인 창업자가 타 산업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해 수조원 규모의 매출과 6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바이오 제품이 고부가가치라는 개념만을 제시하고 연구개발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셀트리온은 이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셀트리온의 성공은 대한민국 모든 투자자가 바이오 투자에 열광하도록 했다. 4월15일 기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8곳이 바이오기업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13조1335억원), 신라젠(7조989억원), 메디톡스(4조1434억원), 바이로메드(3조7656억원), 에이치엘비(3조3821억원), 셀트리온제약(2조9655억원), 코오롱티슈진(2조9627억원), 휴젤(2조7012억원) 등이다.
이제 이런 에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향을 설정할 때가 됐다. 첨단 신약개발 벤처기업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들 2세대 바이오벤처기업 리더의 특징은 바이오 전공자가 많아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 인류에 대한 기여 등을 내세우며 글로벌 신약개발을 추진해 성공신화를 창출할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유력 후보는 바이로메드, 제넥신, 신라젠 등이 꼽힌다. 차세대 바이오 리더들은 글로벌 신약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금융 지원을 받아 다국적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때가 우리가 목표하는 100조원 이상 생산액을 달성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 바이오산업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흥분과 기대, 단기간 주가 급등에 대한 불안과 회의, 자기 확신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 등이 뒤섞여 있다. 이육사 시인이 ‘광야’라는 시에서 노래한 백마를 탄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차세대 바이오벤처 리더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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