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삼성 기술유출 위기 속…스멀거리는 현대전자 악몽

입력 2018-04-18 13:58
중국에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되고 시장도 뺏겨
반도체에서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일반 공개될 위기에 몰리자 국내 산업계가 공포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과거 현대전자의 악몽 때문이다.

지난 1983년 현대그룹이 세운 현대전자산업은 국내 산업계의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현대전자는 현대그룹이 분해되고 반도체 시장 불황이 겹치며 2001년 채권단 체제로 전환됐고, 반도체 부문인 하이닉스반도체와 LCD 디스플레이 부문인 하이디스로 분사했다.

하이닉스는 오랜 채권단 체제를 거치면서도 국내에서 살아남았지만 하이디스의 상황은 달랐다. 채권단이 외자 유치를 위해 중국 BOE 그룹에 매각한 것. 당시 하이디스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BOE는 하이디스의 기술로 LCD를 생산했고 기술을 공유한다며 전산망을 통합했다.

이후 하이디스가 보유한 핵심 기술 200건을 포함해 총 4331건의 LCD 디스플레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기술을 확보한 BOE는 2006년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했다. 기업이 기술을 확보하자 중국 정부는 TV를 구입하는 자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기업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중국 정부를 뒤에 둔 BOE는 무섭게 성장했다. 하이디스의 기술로 2005년 대형LCD 생산라인 건설을 시작해 2007년 양산을 시작했다. 2005년 2%에 그치던 BOE의 시장점유율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형 TFT-LCD 시장에서 BOE의 점유율은 21.7%를 기록,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10년 만에 한국을 따라잡은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65인치 이상 LCD, OLED 등 프리미엄 대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보다 작은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미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게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6년부터 노후 생산 라인을 폐쇄하고 있다. 일부 라인은 OLED로 전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생산라인을 OLED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다. 중국은 인건비가 한국보다 저렴한데다 정부까지 보조금으로 지원에 나서니 중소형 LCD 시장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BOE의 추격은 무섭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10세대 LCD 공장 가동이 한국보다 빨리 시작되기 때문이다. BOE의 10.5세대 공장은 올해 상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 2분기에나 10.5세대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2018년 상반기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IHS마킷은 “BOE의 10.5세대 LCD 라인 양산이 올해 상반기 시작된다”며 “CSOT, 폭스콘 등의 공장마저 가동되는 2019년부터는 LCD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이 넘어가면 TV 완제품 역시 중국 업체들이 석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업체들은 5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65인치로, 다시 75인치로 BOE를 피해 도망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곧 끝날 것이라는 게 IHS마킷의 분석이다.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75인치 전체 TV 시장은 140만대 규모”라며 “BOE는 연 100만대 이상의 75인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40~80만대를 생산한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앞선 기술력을 가진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OLED 디스플레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OLED에 있어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5년 가량 벌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 시장은 아직 그 규모가 초라한 상황이다.

만약 현대전자 LCD디스플레이 부문 기술력이 중국에 유출되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 LCD 디스플레이 시장 대부분은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쓰린 교훈은 디스플레이로 족하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같은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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