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토지공개념에 대한 오해와 미신

입력 2018-04-17 18:02
김태철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투기와의 전쟁’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투기 근절’ 정책 정점에 있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문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지대(地代)추구의 덫에 걸려 투기가 만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토지공개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헌법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토지공개념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례 없는 '헌법 명문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정책의 당위성은 토를 달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책이 잘못된 진단에 기인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일부 투기세력이 가세한 측면도 있지만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과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 새 집 선호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토지공개념이 투기를 잡는 ‘전가의 보도’(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라는 인식도 문제가 있다. 그 후유증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아서다.

최근의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란은 핵심을 벗어나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토지소유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공공 목적을 위한 토지소유 제한 취지를 살리는 것과 개인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선진국에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한 경우는 거의 없다. 토지의 공공성 못지않게 개인 재산권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법률에는 토지공개념이 넘친다. 농지법 등 100여 개가 넘는 법들이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 이용을 제한한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문화’는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과 헌법불일치 판정이 난 ‘택지소유상한제’ 등을 다시 살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규제가 밀어올리는 집값

토지공개념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이용됐던 수치도 객관성이 떨어진다. 추 대표는 지난해 9월 “2016년 평균 임금인상률은 겨우 3.3%인데 임대료는 3배가 넘는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해 8월 임대료 지수는 104(2015년 6월 100 기준)로 2년 남짓 동안 4% 올랐을 뿐이다. 서울 강남구(112.2)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임대료 상승을 전국적인 상황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토지공개념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는 실패한 세제다. 그는 근로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없애는 대신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어 불평등을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소도시 페어호프는 1894년 토지 단일세를 도입했다가 2년 만에 폐지했다. 세금을 적게 내려는 지주들 탓에 실제 임대료보다 훨씬 낮은 ‘이면계약’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이 지대를 낮춰 경제적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도깨비 방망이’가 되기도 힘들다. 토지 구입과 개발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주지 않고 개발 이익을 거둬들인다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게 뻔하다. 부동산 가격은 투기보다는 오히려 정부 규제와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재건축 규제가 공급을 줄여 재건축 아파트값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무현 정부 때의 혁신도시 개발은 혁신도시 주변 땅값을 끌어올렸고, 넘쳐난 토지보상비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밀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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