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단] 미·중 통상전쟁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4-17 17:52
시장이 트럼프 폭주 진정시키고
中도 전면 맞대응 자제하는 상황
양국간 막후 대화 지속도 희망적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요즘 국제 경제학자들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가 통상 전쟁의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인가’일 것이다. 단순히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총격전과 달리 통상 전쟁에선 정부의 공식 선언이 없다. 미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관세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관세 인상에 항상 외국 정부의 보복이 뒤따르는 건 아니다. 예컨대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수입 물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은 명백히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미국 법 위반이었지만 보복 조치는 없었다.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질 위험도 늘 존재한다. 변덕스러운 미국 지도자 탓에 이 같은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조치에 대응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지난 5일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은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분별력이 발휘될 것이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한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됐다. 이들 국가와 미국 금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 모두 처음부터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 시장 반응이 대통령을 진정시킬 가능성도 있다.

둘째, 지금까지 중국의 대응은 미국 조치에 맞춰 신중하게 미세 조정을 거쳤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도발에 맞서 여러 대응을 내놓는 게 위험을 키운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중 교역이 중단되면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 더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핵 전쟁에서 어느 한 나라가 상대국보다 잃을 게 더 많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설명이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제한적 조치에 그쳐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중국은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제 무역 체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함으로써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산업 스파이, 라이선스, 기타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이 같은 조치는 3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보다 분명 훨씬 더 크고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이러니는 미국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미국의 우려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최근 조치가 국가 안보를 구실로 삼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직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세를 무모하게 활용한 탓에 타당한 문제 제기마저도 ‘가짜 뉴스’처럼 묵살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마찬가지로 지식재산권 정책 측면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전면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지식재산권 분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중요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인수를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활용할 수 있다. WTO를 통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월 중국 기술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행을 WTO에 공식 제소했다.

중국은 차분하고 안정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으론 합작기업 설립 조건을 완화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를 강화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의사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아직도 희망을 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미국과 중국이 장막 뒤에서 여전히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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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