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논설위원
“흙, 햇볕, 비, 바람 없이도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 방송사의 카메라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한 건물 내부를 비추면서 농업의 혁명적 변화 소식을 전했다. ‘에어로팜’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태양을 대신하고 영양분을 머금은 천이 흙 역할을 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돼 채소의 맛과 색, 특성까지 컴퓨터로 조절한다. 에어로팜은 미래 농장인 스마트팜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농부의 농기구는 스마트폰이 되는 셈이다.
스마트팜 수준은 다양하다. 첨단 식물공장도 있지만 기존 농토에 간단한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초보적인 형태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를 3단계로 구분해 추진하고 있다. 1단계는 각종 센서 및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온실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2단계는 온실대기, 토양환경, 작물 스트레스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영농의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3단계는 로봇 및 지능형 농기계로 작업을 자동화하고, 작물의 영양상태를 진단·처방하며, 최적의 에너지 관리까지 해 주는 것이다. 현재는 2단계 기술을 적용 중이다.
스마트팜의 선두주자는 단연 네덜란드와 일본이다. 네덜란드는 토마토와 파프리카의 80%를 식물공장에서 생산한다. 수십 년간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제어솔루션을 개발했다. 세계 최고의 환경제어시스템을 생산하는 프리바도 네덜란드 기업이다. 일본은 파나소닉 후지쓰 NEC 등 대형 IT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팜 관련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한국도 IT는 이미 세계 수준이어서 스마트팜을 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국의 스마트팜 산업은 지지부진하다. 이유가 있다. 스마트팜은 대규모 기업형 농업이다. 규모가 있어야 수익성이 맞는다. 투자비가 많이 든다. 한국도 대기업들이 스마트팜을 시작했다. 2013년 동부팜한농은 유리온실을 이용한 수출용 토마토 생산을 추진했다. 2016년엔 LG CNS가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농민들 반발로 사업을 접었다. 농산물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엊그제 2022년까지 스마트팜 관련 산업 일자리 4300개를 만들고 전문인력을 600명 양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청년창업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전국에 네 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관건은 여전히 농민과 기업의 상생 방안이다. 이들이 함께 손잡고 스마트팜을 한국 농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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