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의구심 커지는 합병효과...CJ오쇼핑·CJ E&M 주주가치 훼손 우려

입력 2018-04-17 10:41
≪이 기사는 04월16일(11: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합병을 추진하는 CJ오쇼핑·CJ E&M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뚜렷한 합병 효과가 그려지지 않는 데다가 이질적 사업 결합으로 두 회사 주주가치가 동시에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CJ오쇼핑·CJ E&M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적잖은 현금이 유출될 수도 있는 등 합병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시너지 의문부호

CJ오쇼핑은 13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5000원(2.26%) 오른 22만6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CJ E&M의 흡수합병을 발표한 지난 1월17일 이후 이날까지 11.17% 내렸다. 1월17일 25만5000원에 달했던 이 회사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20만~22만원 선을 오가고 있다. CJ E&M 주가도 합병 발표 이후 이날까지 5.51% 하락했다. 두 회사의 주가하락은 합병 작업에 대한 의구심에서다.

CJ오쇼핑은 CJ E&M을 합병비율 1대 0.41로 오는 7월1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미디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고의 경쟁력 확보’,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 등 그럴듯한 수식어로 감쌌지만 구체성은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유통에 어떻게 미디어 사업을 접목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두 사업을 합쳐 얻을 수 있는 부가효과도 크지 않다고 봤다. “미디어와 커머스 사업의 결합이 생소하다”(NH투자증권), “합병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DB금융투자), “합병논리가 피상적이다”(CLSA증권)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금고 전락하나”

CJ오쇼핑 투자자들은 홈쇼핑 사업으로 차곡차곡 쌓은 현금이 CJ E&M이 추진하는 미디어 사업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구상하는 미디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CJ오쇼핑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CJ오쇼핑은 홈쇼핑 사업으로 매년 2000억원 안팎의 안정적 이익을 창출했다. 이 회사가 경영권(지분 53.92%)을 보유한 CJ헬로도 알짜 실적을 내고 있다.

CJ E&M은 최근 3년 영업이익이 200억~600억원를 오가는 등 실적이 들쭉날쭉하지만 콘텐츠 확보와 해외사업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과 2016년 유·무형자산 투자 규모는 각각 3746억원, 5712억원으로 영업익을 크게 웃돈다. CJ오쇼핑과 CJ E&M 합병법인은 홈쇼핑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이같은 미디어 사업에 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CJ E&M 투자자도 불만이 크다. 이 회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4.8배다. 미디어 사업의 높은 성장 여력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CJ오쇼핑의 PER 10.59배에 그친다. 유통사업의 성장 곡선이 완만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CJ E&M보다 PER 배수가 하락한다.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과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매수청구권 쏟아지나

투자자들의 우려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CJ오쇼핑 이날 종가(22만6500원)는 합병 주식매수청구가(22만7398원)를 밑돈다. 주식매수청구가는 CJ오쇼핑이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로부터 자기주식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CJ E&M의 이날 종가(9만2600원)도 주식매수청구가(9만3153원)보다 낮다. 주가가 이처럼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밑돌면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그만큼 합병법인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유출되면서 합병법인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J오쇼핑 주주는 CJ(40.00%) 등 특수관계인이 40.23%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공단도 11.31%를 쥐고 있다. CJ E&M은 CJ(42.07%)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43.23%에 이른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6.11%) 등 기타주주 지분이 56.86%에 이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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