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약과 B약 함께 먹으면 안돼"… 약물 음식 궁합 예측하는 AI예측시스템 개발

입력 2018-04-17 04:00
약을 두 종류 이상 복용했을 때나 약의 효능을 떨어드리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알아내는 인공지능(AI) 예측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약물 간 부작용은 물론 음식물 섭취가 약효에 미치는 결과를 미리 알아낼 수 있어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약물 오용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와 김현욱 교수 연구진은 AI의 핵심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해 약물과 약물, 약물과 음식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딥DDI’를 개발했다고 16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가 소개했다.

통상적으로 여러 종류의 약을 먹을 때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의사와 약사의 지시를 따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신약 개발 과정에서 예상외의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거나, 식생활에 따라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심지어 몸에 해로운 부작용이 일어나는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난다.
약물 상호작용은 이처럼 약물과 함께 섭취한 다른 약물이나 음식, 건강보조제와 반응해 나타나는 예상 외의 효과를 뜻한다. 때에 따라 원래 목표보다 약효가 지나치게 나타나거나 예상치 못한 독성을 띠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예측 방법은 약물과 약물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확률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개인에 따른 구체적 약리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딥DDI는구글의 공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우에 바탕을 둔 예측 시스템이다. 국제적인 약물성분 데이터베이스인 캐나다 드럭뱅크에 등록된 2159 종 약물의 성분명과 분자 구조를 읽어들이고 19만2284 가지 종류의 조합에 따른 효능을 ‘지도학습’ 방식으로 익혔다.

지도학습은 바둑 AI인 알파고가 사람 바둑기사가 둔 기보를 학습해 실력을 쌓은 것처럼 사람이 개입해 일정 부분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드럭뱅크에 등록된 약물 60%를 학습한 뒤 나머지 20% 약물 자료는 정확도가 얼마나 맞는지 확인하는 검증에 활용됐다. 다양한 약물 조합에 따라 지금까지 86 종류의 약물 상호작용이 확인됐는데 딥DDI는 이를 92.4% 정확도로 맞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DDI는 또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문장 형식으로 답을 낸다. 예를 들어 “약물 A와 B를 함께 복용하면 약물 B의 약물대사(약효 기능)가 감소할 수 있다”는 문장이 뜨는 식이다. 딥DDI는 약물과 음식 간의 궁합도 예측할 수 있다. 푸드디비 등 국제적인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523 종 음식의 화학성분과 약물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약효를 떨어뜨리는 성분과 약에 맞는 음식을 찾아낸다.

연구진은 딥DDI를 활용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약물 간 부작용도 알아냈다. 이뇨제인 아밀로라이드를 고혈압 약인 에날라프릴과 함께 먹으면 에날라프릴의 고칼륨증 위험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과 항응고제인 아픽사반을 함께 복용하면 항응고 효과가 올라간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기생충 예방약인 푸라졸리돈과 항우울증약인 부프로피온을 함께 먹으면 부프로피온의 고혈압 활성이 증가된다는 예측도 내놨다.

연구진은 357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의 약효를 떨어뜨리는 음식 성분들을 예측하기도 했다. 브로콜리의 아미노아디핀산과 글루타민 파우더 성분, 마늘의 알리인 성분은 고지혈증약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예측됐다. 귀리 일부 성분은 고혈압 약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도 얻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을 피할 방법은 물론 여러 약을 동시에 먹는 복합 처방, 약물에 맞는 식이요법 개발 등 맞춤형 정밀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약물을 동시에 복용할 때 나타날 부작용의 원인뿐 아니라 이미 보고된 인체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체 약물, 약물의 약효를 떨어뜨리는 음식 종류도 알려준다”며 “향후 한약재 성분 중에서 인체에 해롭지 않고 필요한 약효를 내는 성분만을 골라내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리파이너리를 위한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 사업과 KAIST가 추진하는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플래그십 이니셔티브 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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