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아직 '적폐' 많다고 인식… "관료 출신으론 개혁 못해"

입력 2018-04-15 19:05
가라앉지 않는 '김기식 사태'

'김기식 사태' 로 본 현 정부의 금융관

금융개혁 고삐 죄는 정부
"금융권 갑질·부당대출 등 개혁은 내부 인사로는 안돼"
김기식 '철통 방어' 의도 깔려

김기식 vs 금융권
김기식 "약탈적 고금리 대출로 금융소비자 보호는 소극적"
금융권 "공공성만 강조하다 금융시장 위기 닥칠 수도"


[ 강경민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직후부터 ‘금융개혁’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은 개혁해야 할 적폐 대상’이라는 인식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 최고위층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외유성 해외출장’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감싸는 것도 김 원장을 금융개혁의 최적임자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발탁으로 충격 줘야”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본격적인 금융개혁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신년사에서 “국민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갑질, 부당 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특정 산업에 대해 ‘적폐’라는 표현을 쓴 것은 금융이 유일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 적폐’를 재차 화두로 꺼내 들었다. 최 위원장은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다”며 “고객이 맡긴 돈을 가지고 영업하는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에서 최 위원장을 수차례 질타했었다”며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금융 적폐를 언급한 것도 개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이 지난 1월 말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도 여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당시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청탁’ 논란에 연루돼 지난달 12일 사퇴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권의 저항을 누르고 금융개혁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 원장을 적임자로 선택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관료 출신이 아니라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지난 13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김 원장의 선임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왜 우리를 적폐로 모나”

김 원장은 금융권에 대해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과도한 황제 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 등 소비자 피해 △채용 비리 등을 주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취임사에서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극적이었다”고 질타했다. 금융권이 고금리 대출을 통해 ‘약탈적 대출’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회피하고 부동산 대출에 치중한 채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주장이다. 특히 은행권이 현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적 금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카드사 등 2금융권이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면서 고금리를 받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강조했다. 금융회사가 최고 이자율을 연 10%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런 정부의 금융관에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A금융사 대표는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금융의 공적 기능만 강조하고 있다”며 “민간 금융회사는 공적 기능에 앞서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인데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은행 임원은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하면 은행은 수익을 전혀 내서는 안 되고 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복지만 수행해야 한다”며 “금융을 적폐로 몰고 복지 중심의 금융관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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