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이해관계 얽힌 '화약고'… 끝없는 시리아 분쟁

입력 2018-04-15 18:13
수정 2018-05-15 00:30
美·英·佛 연합군, 시리아 공습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시리아 7년 내전… 국제戰으로 격화

시리아는 '지정학적 요충지'
시아파-수니파 종교 갈등에 이란·이스라엘 주변국 대립
美·러시아 대리전으로 변질

"개입한 나라 많아 예측 불가
이번 공습에도 분쟁 계속될 것"


[ 유승호 기자 ]
시리아 내전의 시작은 2011년 3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불어닥친 민주화 운동을 말하는 ‘아랍의 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을 무력 진압하자 무장투쟁이 벌어졌고 내전으로 비화했다.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교 갈등, 미국과 러시아의 헤게모니 다툼, 이란·이스라엘 등 주변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내전은 끝을 알 수 없는 국제전으로 번졌다.

시리아 내전은 종교 갈등과도 맞물려 있다. 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파는 시아파의 한 분파로 시리아 국민의 15% 안팎만이 이 종파에 속해 있다. 아사드 정권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지원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맞서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반군을 돕고 있다. 시리아에선 수니파가 70% 가까운 다수이기 때문이다.


혼란의 와중에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부를 점령하면서 내전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은 2014년 9월 유럽 국가들과 연합해 IS 근거지를 공습했다. 시리아 북동부엔 미군 약 2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 9월 아사드 정권 요청에 따라 공군을 파병하고 반군 지역을 공격했다. 이후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이 더해졌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며 지난 1월부터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의 쿠르드족이 터키 내 쿠르드족과 손잡을 것을 우려해서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고 있다.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까지 깊숙이 개입한 것은 시리아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시리아는 중동에서 지중해로 나가는 길목에 있다. 러시아는 1971년부터 시리아 서부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두고 지중해 진출 교두보로 활용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슬라브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러시아는 더욱 적극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리아는 또 아랍 국가들의 숙적인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시리아에 보내 아사드 정권을 지원토록 하는 것도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다.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완성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위하려는 것이 이란의 노림수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세력 확장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 무기 의심 공격 직후 시리아 중부 공군 비행장을 공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스라엘이 고립되는 것을 방관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은 혼선을 거듭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행동해야 한다”고 했지만, 의회 승인이 늦어지는 등 여론 지지를 받지 못해 제대로 군사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다가 아사드 정권이 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강공 모드로 돌아섰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미국이 이라크전 때와 비슷한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중동 분쟁에 개입한 나라가 너무 많다”며 “예측하기엔 너무나 복잡하다”고 말했다. BBC는 “이번 공습으로 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