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는 봄철, 꽃샘추위를 막아주는 옷을 꼽으라면 바로 '트렌치코트(trench coat)'일 겁니다. 은은한 베이지색의 트렌치코트는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입는 인기 아이템입니다.
트렌치코트는 상당히 클래식한 옷인데요. 이 옷의 기원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장교들이 착용한 '군용 코트'에서 유래됐습니다.
전쟁 중에 군인들은 언제나 비와 추위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렌치코트는 최적의 옷이었습니다. 포목상이었던 토마스 버버리가 군용 방수 코트를 만들어 팔았죠.
당시 트렌치코트는 더블 브레스트(double breast·재킷 단추가 두 줄로 배열된 스타일)와 어깨 위에 있는 견장, 허리끈, 소매에는 커프스 플랩(Cuffs Flap·손목의 조임 장치)이 달려 있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트렌치코트의 더블 브레스트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단추를 잠글 수 있어 방한의 기능을 높였습니다. 어깨 위에 있는 견장은 계급장을 끼우는 용도 외에도 수류탄, 탄약통, 지도 등을 고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소매에 있는 커프스 플랩은 도대체 어떤 용도로 생긴걸까요? 이 역시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는 용도로 고안된 손목 조임장치라고 합니다.
전쟁 도중 적의 포탄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보호하기 위해 흙을 파서 만든 참호 안에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이같은 부속품을 달아놓은 것이죠. 도랑을 파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는 데도 쓰였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가슴팍에 천이 한 겹 붙어 있습니다. 이건 건 플랩(Gun Flap)이라고 불리는데요, 소총이 옷에 닿아 생기는 원단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가슴 부위에 원단을 덧댄 것입니다. 예전엔 양쪽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쪽만 남겨 놓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트렌치코트란 이름은 참호라는 뜻의 '트렌치(trench)'와 외투라는 뜻의 '코트(coat)'가 합해져 만들어졌습니다.
전쟁 이후 트렌치코트는 남녀구분 없이 입게 되면서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애수'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트렌치코트를 입고 연인 비비안 리와 함께한 모습에 트렌치코트는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됩니다.
트렌치코트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겉옷입니다. 최근에는 기존 연베이지에서 분홍, 파랑, 빨강 등 여러 색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모양도 조금씩 변형된 트렌치코트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트렌치코트에는 더블 브레스트, 어깨 견장, 커프스 플랩 등 군사용 목적의 부속품들은 여전히 남아있네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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